브라질 삼킨 화마…한국땅 100배 덮는 '유독 구름' 만들었다

16일(현지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세계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지구의 허파' 아마존도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를 겪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스위스 대기질 모니터링 업체 아이큐에어(IQair)를 인용해 “남미 국가에 기록적인 화재가 이어지면서 '검은 비'와 '녹색 강',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수준보다 50배 높은 유해 대기오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우주연구소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6일 동안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확인된 화재는 36만 4485건에 이른다. 한 해동안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난 지난 2007년(34만 5322건)기록을 9개월만에 넘어선 수치다.

특히 최근 남미에 이어진 극심한 가뭄이 산불을 악화시켰다. 화재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브라질 영토 60%가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연기의 영향을 받게 됐다.

유독성 구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1000만㎢에 이른다. 대한민국 면적(10만㎢) 100배, 미국(980만㎢)보다 큰 넓은 지역의 하늘이 유독성 구름으로 뒤덮인 것이다.

16일 화재가 발생한 브라질리아 국립공원 인근. 사진=AP 연합뉴스
16일 화재가 발생한 브라질리아 국립공원 인근. 사진=AP 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교 식물생태학 연구실의 알레한드라 피델리스 연구원은 “브라질의 대기질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최악”이라고 전했다.

우루과이 기술 연구소의 대기 과학 전문가인 나탈리아 길은 “브라질 남부, 아르헨티나 북부, 볼리비아,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북동부의 도시에서 대기 질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루과이 수도인 몬테비데오에서는 최근 며칠 간 재와 그을음이 섞인 '검은 비'가 떨어져 주민들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극심한 가뭄으로 화재는 물론 수로 오염까지 심각해졌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강 피녜이루는 조류로 인해 물이 초록색으로 변했다.

브라질은 건기가 뚜렷한 지역이지만 올해처럼 건기가 길었던 적은 드물다. 라이브사이언스는 지난 10년 동안 건기가 80일에서 100일로 길어졌다고 전했다. 높아진 기온과 줄어든 강수량으로 '화재 시즌'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상파울루 북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프랑스 언론 르 몽드와 인터뷰에서 “끔찍하다. 마치 체르노빌에 있는 것 같다”고 했으며, 또 다른 주민은 “일주일동안 매일 심한 코피가 났다. 현기증이 나고, 걸으면서 대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