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바이오 의료 분야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에 정부는 초격차 프로젝트의 11대 핵심 투자 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산·학·연·민·관의 기빈한 협력과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바이오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혁신생태계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최수진 국회의원과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OSP)이 공동 주최한 '첨단바이오 포럼'이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한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바이오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의 중요성 강조...육성 방안 제시
첫 번째 패널 토론자로 나선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사업단 단장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혁신 생태계 구축이 산업 전반의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기술 혁신과 시장 수요를 반영한 신수종 사업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김 단장은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서울바이오허브가 추진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협력 모델을 소개하면서 “대학, 병원, 연구소, 제약 및 메디텍 기업 등과의 혁신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딥테크 창업과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산업-연구 클러스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서울바이오허브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혁신 클러스터와 협력 구조를 강화해 바이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스타트업과 연구소, 병원 간의 협력이 활성화될 때 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바이오분야 혁신생태계 조성 '스케일업 가디언스' 제안
오동훈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성과확산 MD는 첨단바이오 분야의 '스케일업 가디언스'와 투자지주회사 모델을 소개하며 스케일업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첨단바이오 혁신기업의 성장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창업 지원에 치중된 정책이 중소 혁신기업의 성장 지원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스케일업 가디언스'는 지자체, 대학, 연구소, VC, AC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간 운영 컨소시엄이다. 정부가 자산을 소유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연간 30억 원의 지원으로 3년간 총 3개의 권역별 컨소시엄을 선정할 계획이다.
오 MD는 또한 중소 혁신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춘 자금 공급을 위한 투자지주회사 모델도 제안했다. 이 모델은 산업기술 전문투자사나 CVC와 연계해 스타트업에 지분투자와 대출을 병행하며 정책금융이 초기기업에 집중된 상황에서 맞춤형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투자지주회사는 민간자본을 활용한 영구펀드 형태로 운영되며 투자자 배당과 재투자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다만 그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이 전제돼야하고 법제화가 실패한다면 벤처투자법을 통한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스케일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첨단 산업기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재무 요건 등 상장 유지조건 완화해야”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기업의 상장 유지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이 고위험·고비용이 수반되는 분야로, 재무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현행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기업은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30억 원 미만이거나, 법차손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부회장은 “상장경로에 따라 기업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재무성과 중심의 단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시장 평가 중심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그는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익'에서 연구개발비를 제외해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나스닥, 도쿄, 런던 증권거래소 등 해외 사례처럼 재무 성과가 아닌 시장 평가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본시장·대중적 인식서 한계...규제·규정 재검토 해야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창업 2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창업 생태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산업은 기술적으로는 이미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됐지만 자본시장과 대중 인식에서는 고립된 한국의 창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기 기업들이 겪는 과학적, 팀 구성, 자금 조달, 제도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어려움을 지적하며 한국 창업 생태계의 독특한 양상을 언급했다. 특히 투자와 자본시장, 경영 인맥, 대중 인식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봤다.
그는 “창업가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조성하고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활발히 공유되는 환경 조성과 자발적 모임의 지원,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엑시트(Exit)를 개인의 수익 실현보다 경험 확산의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국내 규제와 규정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국제 기준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 M&A 부정적 인식 개선해야...IPO보다 성장 로드맵 제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국내외 첨단바이오 산업의 인수합병(M&A)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셀트리온의 다케다제약 아태지역 PC 사업부 인수,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 두산의 SIO2 머티리얼즈 사이언스 인수 등 최근 국내에서 이뤄진 주요 M&A 사례를 소개하며 이는 의약품, 유전자 치료제 위탁 개발, 의약품 보관용기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M&A 활성화의 걸림돌로는 피인수 기업 대주주의 상속세와 경영권 유지 문제, 인수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M&A를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지만 한국은 상속세 부담과 부정적 인식 등으로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대표는 “국가지원과 세금 제도 개선, M&A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며 “오너 중심에서 기관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로 전환하고, 기업의 최종 목표를 IPO에서 성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