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이 가뭄과 폭염으로 산불 피해에 몸살을 앓은 가운데, 캘리포니아의 한 소방관이 고의로 방화를 일으키다 경찰에 붙잡혔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소방청 '캘 파이어' 소속 소방 장비 엔지니어 로버트 에르난데스(38)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캘리포니아 북부 도시 가이저빌, 힐즈버그, 윈저 인근에서 총 5차례 방화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저지른 방화는 지역 주민들에게 곧바로 발견돼 총 1에이커(약 1224평)조차 태우지 않았지만 산불을 진압해야 할 소방관이 되레 비번마다 산불을 일으키고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소속된 소방서 동료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조 타일러 캘리포니아 소방서장은 “직원 중 한 명이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1만 2000여 명이 투입된 업무를 모욕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방관들의 방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전국의용소방관위원회(NVF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미국에서만 매년 100여 명의 소방관이 방화 혐의로 체포된다. 미국 전체 소방관 가운데서는 극히 일부이지만 드문 사건은 아니다.
에르난데스의 방화 동기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서 체포된 소방관들 일부는 더 큰 방화를 일으키고 자신이 직접 불을 꺼 '영웅'이 되고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산불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올해는 지난해 산불 피해면적의 약 3배에 달하는 100만 에이커가 불에 탔으며, 남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3건이 아직까지 진압되지 않은 상황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고용 안정 때문이냐,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거냐”, “초과근무수당이 필요한 거냐”, “소방관들이 일으킨 화재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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