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역서 '띠링띠링'…대규모 폭격 전 문자 보낸 이스라엘 “대피하라”

24일 레바논 알 마흐무디예 지역에 떨어진 이스라엘 공습으로 연기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24일 레바논 알 마흐무디예 지역에 떨어진 이스라엘 공습으로 연기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2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대규모 폭격이 있기 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주민들이 사용하는 개인 휴대전화에 “대피하라”는 경고성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 시각) AFP 통신은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를 인용해 “폭격이 있기 전 레바논 일부 국민들은 이스라엘로부터 대피하라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화를 받은 대상은 수도 베이루트 등 공습을 받은 레바논 지역의 거주민들이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부 장관 사무실도 대피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영국 BBC 방송은 현지 통신업체 오게로를 인용해 이처럼 이스라엘가 발송한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8만통에 이른다고 전했다.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온다.

베이루트에서 이 전화를 받았다는 한 학부모는 서둘러 아이들을 태우고 도망쳐 북부로 도망쳤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그는 “우리는 전화 때문에 여기로 왔다. 그들(이스라엘)은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내 아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기 위해 여기에 왔다. 상황이 안심되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대규모 폭격이 일어나기 전 레바논 주민을 대상으로 걸려온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 전화. 사진=엑스 캡처
지난 23일(현지 시각) 대규모 폭격이 일어나기 전 레바논 주민을 대상으로 걸려온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 전화. 사진=엑스 캡처

오게로의 이마드 크레이디에흐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실시간으로 이스라엘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레바논의 유선 전화 네트워크 시스템은 이스라엘과의 모든 통신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을 우회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위험 및 분쟁 분석가 엘리야 매그니에는 아랍 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8일 전부터 레바논 네트워크를 해킹했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10월 8일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공방이 시작된 일자다.

매그니에는 “그들은 서안지구나 가자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레바논 남부의 모든 사람과 정확히 통신할 수 있으며, 유선 전화, 휴대폰에 접근은 물론 자동차 번호판까지 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한 스파이웨어와 자입로 이스라엘 모사드 정보기관이 통신 정보를 정확히 매핑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피 명령이 단순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레바논 측에 경고하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기술적 우위를 과시해 현지에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통신망 역시 누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주민을 대상으로 위협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수백만건을 전송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3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폭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군 발표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에서 최근 24시간동안 발생한 공습은 약 650차례에 이른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오전까지 492명이 사망하고 1645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지만 심각한 부상자들도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