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제조 신기술을 개발한다. 국내 기업과 협력해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공급망 다변화·안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차·기아는 미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제철·에코프로비엠과 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배터리 소재 분야 신기술 확보를 위해 '자동차-이차전지-제철' 등 각각 다른 산업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3사 협력은 LFP 배터리 양극재 제조 시 전구체 없이 직접 재료를 합성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LFP 배터리 기술 개발 과제로, 앞으로 4년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 양극재는 인산염, 황산철 등을 합성한 전구체에 리튬을 첨가해 생산한다.
3사가 협력을 통해 확보할 직접합성법은 별도 전구체를 제작하지 않고 인산, 철(Fe) 분말, 리튬을 동시 조합해 양극재를 만드는 기술이다. 전구체를 만드는 단계를 삭제해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며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직접합성법을 적용한 효율적인 양극재 생산을 위해서는 불순물이 없고 균일한 입자의 원료 확보가 중요하다.
현대차·기아는 현대제철과 국내 재활용 철을 가공한 고순도 미세 철 분말 공정 기술을 개발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를 활용해 직접 합성 LFP 양극재 개발에 나선다. 이 공법을 활용한 LFP 양극재는 성능 향상으로 저온에서 우수한 충·방전 성능을 갖추고 급속충전 기술 구현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과제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LFP 배터리 제조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양극재 전구체의 대부분은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하고 있어 수입 의존도가 높다. 직접합성법을 적용하면 국내 생산망을 활용한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를 발표하며 전기차 성능과 안전,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이르면 2026년 적용을 목표로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채용해 원가가 낮은 데다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배터리 기술 개발과 효과적인 재료 공급망 구축이 필수”라며 “현대제철·에코프로비엠과 협력을 통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필요 기술을 내재화해 현대차그룹은 물론 국가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