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즌이 돌아왔지만 올해도 우리나라의 수상자 배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술 패권 경쟁 심화로 과학기술이 곧 국력인 시대에 매년 '노벨상 앓이'를 하는 우리 현주소를 또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스웨덴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노벨상은 내달 7일 생리의학상,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순으로 과학부문 수상자가 발표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매년 국내 누군가의 후보 가능성이 점쳐지곤 했지만, 희망 고문에 그쳤다. 올해는 그조차 어렵다. '비공식 노벨상 후보 명단'으로도 여겨지는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피인용 우수 연구자 선정 결과에 우리나라 과학자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남의 잔치만 축하할 순 없다. 이웃나라 일본만 놓고 보더라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25명이나 배출하며 미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올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노벨상 후보 명단에도 일본은 1명의 과학자를 포함시켰다.
일본의 저력은 국가 차원의 전폭적 연구비 지원과 안정된 신진연구자 연구환경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단기 과제에만 매달려 당장 성과 여부를 연구개발(R&D) 성패 잣대로 삼았던 우리가 되짚어 볼 부분이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국내 행사에 참석해 '정부가 과학계를 지원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안나와도 지원하는 끈기'라고 역설한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R&D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체질 개선을 이유로 삭감된 R&D 예산은 회복을 넘어 증액 수순을 밟고 있다. 비효율을 제거하되 끈기를 발휘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본격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진정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으로 이어지고,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국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성을 유지해야 할 시점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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