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야당 단독 추진→대통령 거부권→법안 폐기'라는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면서 정국은 한층 얼어붙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6개 법안을 재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 폐기됐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이 법안들은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했는데, 의결정족수 미달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없는 법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방송4법에 대해선 공익성을 훼손한다는 점, 노란봉투법의 경우 불법파업 조장을 한다는 점, 25만원 지원법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이 부결되자마자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 법안들은 다시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사기꾼' 논쟁에도 휩쌓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을 두고 여당 몫 추천인사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격렬히 항의해 본회의가 정회되는 사태로 번졌다. 민주당이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가결됐다. 통상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만, 한 교수에 대한 선출안만 부결된 것이다. 민주당은 한 위원 선출에 대한 당론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자율 의사에 맡겨 투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시 속개된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국감 자료를 받아보니 사기 범죄가 늘어났다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양당이 인권위원을 선출하는 것을 합의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라며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서미화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석훈 후보자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국민이 사기를 당했다. 윤석열 정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석에서 “사기꾼”이라고 연호하며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일단락됐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