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시중은행장 경선, 내부통제 강화 계기되길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금융권에서 은행장을 새로 뽑는 경선이 연말까지 진행된다. 특히 시중은행장 교체나 연임에 촉각이 쏠린다.

이번 은행장 선임은 단순한 경영 리더십 교체나 강화를 넘어, 한국 금융산업 내부통제 강화 초석이 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금융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내부 사고들은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은행장 선임 과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기관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은 국가 경제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 투명성과 신뢰도는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은행장 선임을 계기로 소비자 보호와 범죄 예방을 위한 은행 내부 모든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문제 발생 여지를 최소화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은행장 후보들은 처음부터 은행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최근 발생한 금융권 각종 사고와 비리로 은행은 국민 신뢰를 잃었다. 시기나 종류를 막론하고 경영진이 은행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라는데 대부분 이견이 없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결국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은행권에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한 책무구조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은행은 스스로 몸가짐을 새로 정비할 시기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 가진 의지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던 구태를 버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진은 은행 내부 정보 보호, 거래 투명성, 리스크 관리를 제일 중요한 이슈로 다뤄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직접 점검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춘 내부통제 고도화도 중요한 화두다. 금융 시스템 디지털화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유형을 띈 범죄를 부른다.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게 변해야 하고 그 중심에 은행장이 있어야 한다.

올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금융권 망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오랜 규제가 혁파되는 만큼 혁신을 꾀하되 그에 따른 데이터유출이나 해킹에 대한 대비책이 튼튼해야 한다. 지금껏 보여준 은행 내부통제 수준을 고려하면 사고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일이 없도록 관련 투자를 늘리고,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체질을 모두 바꿀 고통을 견디는 각오가 없으면, 기존 틀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은행장 선임 과정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되어야 한다. 그것이 금융권 전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다.

마지막으로, 은행장 선임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경선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진행되어야 진정한 금융 혁신 단초가 될 것이다.

은행권 리더십은 금융산업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이번 과정을 인사 교체 혹은 재신임 차원을 넘어 은행 신뢰를 회복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금융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방도가 없다. 시중은행장 경선이 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