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일본 전직 프로복서가 사건 발생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었다.
26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이날강도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됐던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일본에서 확정 사형수가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건 약 35년 만이다.
구니이 고우시 재판장은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 씨의 자백 조서와 의류 등 3가지 증거를 수사 기관이 조작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건은 1966년 일어났다. 시즈오카현 된장 공장에서 일가족 4명이 살해됐는데, 당시 경찰은 회사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전직 프로 복서 하카마다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어 현장 인근에서 하카마다의 혈흔 다섯 점이 묻은 의류가 발견됐다며 그를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살해 혐의를 인정했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하카마다는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심하게 구타하고 잔혹하게 심문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1968년 시즈오카 1심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1980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결국 사형을 확정했다.
이후 누나인 하카마다 히데코의 요청으로 시작된 2차 재심 청구 소송에서 변호인 측은 범행 당시 입은 옷으로 지목된 옷에 묻은 혈흔의 유전자가 하카마다 이와오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2014년 증거 조작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나 도쿄고등재판소는 2018년 유전자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는 2020년 옷에 남은 혈흔을 다시 조사하라며 사건을 도쿄고등재판소로 돌려보냈다. 이에 도쿄고등재판소는 수사기관이 과거 옷의 혈흔에 관해 기술했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수사기관은 사건 발생 시점에서 1년 2개월이 지난 뒤 수습한 옷에서 확인된 혈흔이 '짙은 붉은색'이라고 했으나, 변호인 측은 “혈흔은 1년이 지나면 검게 변하고 붉은색이 사라진다”고 반박했다.
시즈오카지방재판소도 이날 재심에서 최종 무죄로 인정하면서 하카마다는 비로소 누명을 벗게 됐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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