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밸류업'이 우리나라 산업계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IP 분쟁 대응 효율화, 기업 요구에 최적화한 밸류업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지식재산(IP)전략연구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글로벌 성장을 위한 IP밸류업 현황과 문제점 진단'을 주제로 제20회 IP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백만기 지식재산전략연구회 위원장, 김완기 특허청장, 고기석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을 포함한 IP 업계 주요 임원진 6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부 주제 발표와 2부 패널토론으로 꾸려졌다. 주제 발표는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 △김순웅 특허법인 정진 대표변리사가 맡았다. 이들은 관련 연구개발과 국내 IP제도, 시장 수요 측면에서 밸류업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백만기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무형자산이 중심이 되는 시대다. 기업에서 IP 밸류업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P 산업 주요 이해관계자인 기업, 연구소, 서비스 업체, 변리사, 변호사 모두 지식재산 밸류업을 위해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첫 주제 발표자로 나선 고기석 회장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IP가 국가 차원의 거시적 성장 전략으로 다뤄진 적이 있는가 반문해야 한다”면서 “저작권, 산업재산권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통합적 행정체계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회장은 “특허청이 IP 금융 등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것이 거시적인 산업·과학기술· 문화·금융 정책에 연계되는 것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수정 연구위원은 '연구·개발(R&D) 효율성 관점에서 본 IP 밸류업 쟁점과 제언'을 통해 △시장에 최적화한 IP R&D 개발 필요성 △이공계와 법조계, 각 부처를 아우르는 R&D 원팀 구축 △범정부 차원의 IP생태계 활성화 방안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손 연구위원은 “IP 권리와 활용성, 수익 관점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기존 IP 정책 환경과 다가온 디지털 IP 정책 환경을 조화롭게 가져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심미랑 연구위원은 '환경 변화에 따른 지식재산제도 쟁점과 현황'을 발표했다. 그는 △IP 분쟁 대응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 △IP를 이용한 발명의 문제 △부정경쟁 방지와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문제 등을 짚었다.
심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특허분쟁 발생 시 우리 기업이 해외 법원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특허출원 세계 4위인 한국은 연간 특허소송이 60~90여건에 그치지만 우리와 같은 IP5인 미국과 중국의 연간 특허 소송은 4000여건에 달한다”며 “우리 법원이 국제 IP 허브 역할을 수행하려면 이러한 특허 훈련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제언했다.
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특허 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 승소율은 매우 낮은 반면 미국과 중국 승소율은 70~80%에 달한다”면서 “소송절차 효율화와 법원 전문성 강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순웅 대표변리사는 '시장 수요에 따른 IP 밸류업 쟁점과 현황'을 다뤘다. 그는 △기업 요구에 최적화한 IP 공동연구실 구축 △공동 기술 밸류업을 위한 별도 사령부 필요성 △권리 창출을 위한 현실적 전략 △IP서비스업 고도화를 위한 지원안 등을 소개했다.
김 변리사는 “한국 IP서비스업의 상황은 주요국 대비 열악하다”며 “예컨대 변리사는 매해 200명 배출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은 월급이 적기 때문”이라며 “IP 서비스 비용 측면에서 미국과 10배 이상 차이가 나다보니 인력을 찾기도, 서비스 질을 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완기 청장은 “표면적으로 한국은 세계 4위 지식재산강국이지만, 글로벌 IP 플레이어로서 특허 경쟁력 강화와 유지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허청은 지식재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2부 패널토론은 백만기 위원장을 좌장으로 열렸다. 조희경 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 정철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김지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김두규 대한변리사회장이 참여했다.
패널토론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한국 IP 정책의 문제점' '전문적인 IP서비스에 대한 국내 수수료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는 점' '직역 간 협업 필요성'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 참여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출원을 포함한 관련 수임료가 너무 낮다”며 “1건당 1000만원을 상회하는 미국·유럽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1건당 수임료가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수하고 시장성이 좋은 기술로, 법률적으로 치밀함이 떨어지는 나쁜 특허를 만드는 구조”라며 “IP서비스기업이 제공하는 제반 정보조사·분석, 가차평가, 컨설팅 등에 대한 수수료도 지나치게 낮은 만큼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 IP서비스 수수료 체계를 조속히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IP 부문에서 특허 신청 세계 4위, GDP 대비 특허 신청 세계 1위, 표준 특허 신고 건수 세계 1위다. 특허 1% 증가는 GDP 0.65% 확대로 이어진다. 산업 주도권과 산업 경쟁력을 예측하는 척도다. 한국 산업계는 IP를 기반으로 제약과 조선업,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