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 지자체가 앞다퉈 발행해왔던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가 이제는 골칫거리가 됐다고 한다. 액면가 대비 할인 발행을 위해 매년 수천억원 예산이 투입되는데, 실제 경기 부양효과는 크지 않다는 고심이다.
문제 근간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자가매출·허위매출'이다. 상인들끼리 지역화폐를 대거 구매한 후, 인근 상인들과 허위로 매출을 꾸며내는 행위다. 일부 지역화폐의 경우 명절 특수 등을 고려해 15% 수준으로 할인 발행한 사례가 있는데, 마진율이 15% 미만인 상품이라면 재화의 이동 없이도 안전마진이 생긴다.
1만원짜리 상품을 8500원에 구매한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상인은 이를 1만원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상품은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지만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친다는 것이다. 이 차익을 노리고 지역마다 불법조직들이 발행량을 싹쓸이 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 같은 자가매출은 이미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특히 객단가가 높은 컴퓨터·가전제품 판매자들이 큰 이득을 챙겨왔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과다경쟁 상황에서 티몬·위메프는 프로모션 예산을 투입해 시중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를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셀러들이 챙긴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티몬·위메프 재무구조를 털어봐도 미지급 정산금 행방을 알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지포인트 사례도 마찬가지다.
머지포인트나 티몬·위메프와 달리, 지자체나 정부발행 상품권이 부도가 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다만 해당 사업 자체가 재무적 위험을 가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미 벌인 사업을 유지하려면 밑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어야 하고, 언젠가는 누군가가 뒤집어 써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티몬·위메프 유동성 문제 기사를 수차례 썼지만, 사실 속으로는 '설마 터지겠나'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지역화폐도 본질은 같은 바, 이번만큼은 미리 대비를 해 꼭 연착률을 하길 바랄 뿐이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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