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된 '보안위험 자동차단(AutoBlocker)' 기본 활성화가 앱마켓 경쟁 생태계에서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도록 돕는 불법적 공모 행위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보안을 위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준 기능으로 필요에 따라 간단하게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며 에픽 측 주장을 일축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앱 유통 경쟁을 막기 위해 불법적으로 공모했다”며 “에픽 대 구글 소송의 배심원단 평결을 훼손한 혐의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구글을 상대로 한 앱마켓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했다.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구글이 삼성전자와 같은 휴대폰 제조사와 체결한 불법적 계약을 포함해 구글의 반경쟁적인 앱스토어 운영 관행이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에픽게임즈는 삼성전자가 최근 구현한 보안위험 자동차단 기본 활성화가 배심원단 평결에 따른 미국 지방법원의 구제조치를 우회적으로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팀 대표는 “보안위험 자동차단 기능은 악성 소프트웨어를 차단하기 위한게 아니라 경쟁하는 스토어 설치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이용자에게 잘 알려진 앱도 '알 수 없는 출처'로 표시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21단계에 걸치는 설치 프로세스를 밟게한다는 점에서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에픽게임즈는 우선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별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없으나, 법적인 옵션이나 규제 정책 활용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보안위험 자동차단 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합리적인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절차를 도입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이다.
팀 대표는 “우리는 단지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것일 뿐, 삼성이 업계 표준에 맞는 보안 절차를 도입한다면 에픽 게임즈는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보안위험 자동차단 기능은 구글플레이나 갤럭시스토어와 같은 정식 앱스토어가 아닌 스토어의 외부 출처 앱 설치(사이드로딩)를 막는다. 7월 갤럭시 원UI 6.0 업데이트 이후 '활성화' 상태가 기본으로 변경됐다. 악성 앱 설치로 인한 모바일 스미싱이나 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조치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설정 과정에서 해당 기능 활성화 여부를 이용자에게 묻고, 아주 쉽게 비활성화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안 위험 자동 차단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위한 기능으로 사용자가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에픽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