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를 받는 이재용 회장 2심 첫 공판이 30일 열렸다. 이 날 공판에서는 지난 1심에서 '무죄' 판결에 큰 영향을 끼쳤던 증거수집 위법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을 실시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지 7개월 만이다.
재판 시작 20여 분 전 도착한 이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법정에 입장했다. 앞서 5월과 7월에 열린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수집한 증거의 위법 여부가 주로 다뤄졌다. 특히 검찰이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사에 필요한 정보만 선별했는지, 일체 압수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에서 확보한 전자정보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검사측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보고서 내용에 '별도의 선별절차 없이' 진행했다는 표현이 있다”며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 내용과 무관한 정보가 하나라도 빠진 경우가 없다”며 “자료가 모두 압수된 점만 보더라도 선별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보고서에 파일 중 일부를 특정해 압수수색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함께 쓰여있다”며 “당시 삼성 측에서 증거를 은닉하려고 하는 정황이 있어 증거를 선별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또 “전자정보 선별 행위에는 수사기관에 일정 부분 재량이 부여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변호인단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이의를 제기한 흔적이 남지 않아 이같은 공방이 지속됐다.
재판 말미에 재판부는 검찰 측에 원심에서 어떤 증거가 배제돼 오류가 있다고 보는지 증거를 특정해보라고 주문했다.
2차 공판기일은 오는 14일 열린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