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설립해 주요 고객사를 지원하고, 나아가 연구기관·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데이비드 베넷 텐스토렌트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최근 방한해 전자신문과 만나 “산업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기에 앞서 오픈소스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베넷 CCO는 “4~5명의 개발자를 한국에서 채용하고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텐스토렌트와 '오픈소스'라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공동 연구개발(R&D)과 피드백 등을 통해 유기적 협력이 가능한 곳과 생태계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텐스토렌트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입지전적 인물인 짐 켈러가 2022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오픈소스인 리스크파이브(RISC-V)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 고객사는 높은 설계 자유도를 누릴 수 있고 IP 라이선스 부담도 적다는 게 이점이다.
베넷 CCO는 AMD에서 10년 6개월가량 근무하며 아시아태평양(APAC) 부사장 등을 역임했고 레노버 재팬 사장 겸 NEC 퍼스널컴퓨터 CEO를 거쳐 2022년 텐스토렌트에 합류했다. CCO로서 고객 관리, 신규 고객 유치 등 고객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현재 한국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다. 이들은 AI 가속기, 반도체 설계자산(IP) 라이선스를 구매했을뿐 아니라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텐스토렌트는 지난해 말 설립한 한국지사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신설해 이들을 지원한다. 고객사 AI 모델을 텐스토렌트 AI 가속기에 최적화하는 작업 등을 돕는다.
베넷 CCO는 한국에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할뿐 아니라 연구기관, 대학과 생태계 구축을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텐스토렌트는 경쟁사와 달리 고가의 고대역폭메모리(HBM)과 비싼 패키징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생태계 구축에 있어 상대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텐스토렌트 IP 매출과 전략적 투자가 발생한 첫 국가”라며 “신기술 도입에도 개방적이기에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텐스토렌트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AI 가속기 '1모델, 1파운드리' 전략이 원칙이나 변화가 있을 수 있어서다. 베넷 CCO는 “텐스토렌트는 AI 가속기별 최적의 공정노드를 고려해 파운드리 업체를 선정했으나, 일부 고객사들은 공급받을 제품이 다른 곳에서 양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과 관련해서는 “AI는 허상이 아니고, 무궁무진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며 “모든 시장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마련인데 2000년대 초 인터넷과 같은 상황일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건 원천 기술로 텐스토렌트는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신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