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60조원을 넘어서며 지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총액(NAV) 규모가 40조원 증가하며 ETF가 시장 대세 분산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배 이상 불어난 시장에서 ETF 리브랜딩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중위권 운용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 'RISE 미국테크100데일리고정커버드콜'과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 하나자산운용의 '1Q 현대차그룹채권(A+이상)&국고통안' 등 4개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4개 ETF의 신규 상장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 종목은 897개, 상장좌수 기준으로는 90만좌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전체 ETF 총자산총액이 160조원을 돌파한 뒤로도 신규 ETF 상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말에는 122조원에서 9개월만에 40조원 상당이 늘었다. 2022년 11월 80조원, 지난해 6월 100조원 빠르게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2년도 지나지 않아 순자산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순자산의 비중도 2022년말 4.44%에서 7% 이상으로 올라왔다.
경쟁구도도 치열하다. 사실상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두 개사가 양분하던 ETF시장에 중위권 운용사들이 차근차근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22년말 기준 삼성자산운용(41.97%), 미래에셋자산운용(37.66%), KB자산운용(8.87%) 등 상위 3개사가 88.5% 가량을 차지했던 시장 점유율은 82.2%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신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중이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은 7.19%까지 늘어나며 3위 KB자산운용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일 신규 ETF를 상장시킨 신한자산운용의 점유율도 0.94%에서 3.03%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리브랜딩도 한창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ETF 브랜드 명칭을 'RISE'로 변경했다. 하나자산운용도 지난 3월 KTOP에서 1Q로 브랜드를 바꿨다. 한화자산운용도 ARIRANG에서 PLUS로 간판을 교체했다. 앞서 한투운용과 신한운용이 일찌감치 브랜드명을 각각 ACE와 SOL로 교체한 뒤 점유율이 본격적으로 증가했던 것처럼 여타 운용사도 리브랜딩을 통해 ETF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신규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키움운용 역시 연내 리브랜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별성 없이 지나치게 많은 ETF가 중복 상장됐다는 점은 운용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순자산 50억원 미만인 ETF 67 가운데 3개월간 평균 거래량이 1000주를 밑도는 ETF가 28개에 이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시장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고 있지만, 과거에 출시해 외면받은 다수의 ETF가 아직 시장에 남아 명맥만 유지하는 사례가 잦다”면서 “리브랜딩 과정에서 이른바 좀비 ETF를 빠르게 정리해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