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3년에 한꺼번에 증액한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 중 상당액이 미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엑스포 유치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3년 소규모 무상원조 예산 편성 및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 171건 중 58건이 연내 마무리되지 못했다.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이란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수요에 따라 필요 물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외공관에서 필요에 따라 사업을 신청하면 외교부가 심의·확정한 후 공적개발원조(ODA) 수행기관인 KOICA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구조다. 외교부 지침에 따르면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은 당해 사업 연도 내에 집행을 완료해야 한다.
외교부는 지난 2023년 부산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를 앞두고 예산을 7배가량 증액했다. 2022년 115억원 수준이었던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 예산은 2023년 780억원으로 늘렸다. 사업 수도 51건에서 171건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재외공관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 시행 지침'도 개정해 국가별 최대 40만달러이던 지원 한도 역시 100만달러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 2023년 171건 중 34%인 58건을 차년도 사업으로 이월했다. 이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이월 비율(△2020년 9.3% △2021년 9.4% △2022년 11.8%)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58건 중 16건은 예산 집행액이 '0원'이었다. 액수를 기준으로는 지난해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 예산 780억원 중 26%인 약 206억원을 소진하지 못했다.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은 ODA와 달리 사업 세부내역에 대한 국회 심의도 거치지 않는 데다 수원국가 지원 내용도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한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소규모 무상원조 사업에 대한 투명성·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기원 의원은 “수백억원의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사업결과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이조차도 외교부가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해당 사업이 손에 잡히는 대로 퍼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철저히 확인하고 투명성과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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