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에서 현대차·기아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두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싱가포르 혁신 거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한 후 현지 시장에서 판매 상승세가 계속 되고 있는 중이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양 사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등록대수는 155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756대)과 비교해 106% 늘어난 수치다. 특히 현대차는 신차등록대수가 지난해 상반기(333대)보다 182.6% 늘어난 941대로 집계됐다.
도심 공해, 교통 체증 등 이유로 싱가포르 신차 구입비용이 세계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기아의 현지 시장 판매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실제 싱가포르에서는 차량취득권리증(COE)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다. COE는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만 사고팔 수 있는데, 1600㏄ 이상 자동차는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1300만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또 등록세, 도로 이용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만 차를 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구매 문턱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친환경차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6가 대표적이다. 전기 세단 아이오닉 6는 7월부터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구에 위치한 HMGICS는 제조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전기차 제조 기능도 동시에 갖췄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아이오닉 5 역시 HMGICS에서 만들었다. 아이오닉 5는 1월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즈'로부터 '2023 올해의 자동차'로 뽑힌 바 있다. 특히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갖춘 아이오닉 5 로보택시도 HMGICS가 양산하는 차종이다.
기아는 1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출시했다. 아울러 친환경 SUV 니로 전기차(EV)도 판매 중이다. 또 다른 다목적차량(MPV) 카니발 하이브리드차도 싱가포르에서 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에서 차량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충전 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현지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40년까지 모든 자동차량을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경유(디젤)를 사용하는 공영 버스 6000대 가운데 절반을 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디젤차, 디젤택시의 신규 등록을 중단한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