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해외 생산거점을 찾아 전장 시장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전기차와 IT용 고성능 MLCC의 글로벌 수요에 맞춰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하고 글로벌 핵심 공급거점 경쟁력을 높이는데 속도를 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MLCC 생산법인을 방문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경영진과 미래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인공지능(AI)·로봇·전기차 시장 확대가 고성능 MLCC 수요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또 생산 현장을 둘러본 후 임직원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경청하며 노고를 격려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과 2022년에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에 적극 대응하자고 주문했었다.
2020년 당시 이 회장은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면서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주문했다. 올 6월에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찾아 신사업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성공을 기원했다.
삼성은 부산을 MLCC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특화지역으로 육성하고 필리핀과 중국 톈진 생산공장을 핵심 공급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필리핀 공장의 경우 이미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성장했으나 추후 고성능 전장용 MLCC 생산 비중을 높여 전장사업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장사업을 낙점하고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디지털 계기판과 자동차용 오디오 분야 세계 1위인 하만을 약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 역사상 최고 금액의 인수합병 사례다.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영자들과 협업 수위도 높이고 있다.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약 3000개에서 2만개까지 탑재된다.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들어가는데 비해 상당히 큰 수요다. 가격도 IT용 대비 3배 이상 높아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전장용 MLCC 선제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