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남아 원전 시장에도 진출한다. 중동과 유럽에 이은 세 번째 시장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필리핀 에너지부와 관련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필리핀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수교 75년 만이다. 이어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우리 두 정상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이번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탄 원전은 1986년 완공 직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었다. 이후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가동을 추진키로 하고 같은해 11월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협력을 요청했었다.
바탄 원전은 우리나라의 고리2호기와 같은 원자로를 사용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한수원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관련 경제성, 안전성 등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고효율 청정에너지원인 원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당성 조사에는 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타당성 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필리핀 원전 사업은 물론, 동남아 지역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시켜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한 상태다.
기획재정부와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은 '한-필리핀 경제협력파트너십(EIPP)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EIPP는 한국형 지식공유사업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디지털 혁신을 위해 필리핀 측에서 전자정부, 통신 네트워크 등에 관한 정책 컨설팅을 요청해왔다.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필리핀의 디지털 정부 이행계획과 통신위성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해 정책 자문을 지원한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 체결됐다.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한다. 윤 대통령은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불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 협력 사업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방산,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도 강화한다.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키로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