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은 지금 위기 상황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은 부족하고, 기업은 대학이 충분한 교육을 하지 못한다고 여겨요. 대학의 무대를 아시아, 유럽까지 확장해 우수한 학생,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해요.”
중앙대는 2021년 IT기반 신기술 융합형 단과대학인 '가상융합대학'을 설립했다. 가상융합대학은 실감미디어학과와 게임·인터랙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 있던 게임·인터랙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을 기반으로 확장해 설립한 것이 가상융합대학이다.
지난해 12월 중앙대는 베트남 우정통신기술대(PTIT)와 협약을 맺고, 9월 16일 베트남에 PTIT 가상융합대학(공동 설립 대학)을 설립했다. 내년 3월 개강이 목표다.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 시도다.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설립부터 베트남 진출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위정현 가상융합대학장이다. 새로운 시도의 출발은 '위기감'이었다. 위 학장은 “이제 기업은 한 분야만을 전공한 졸업생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며 “가상융합대학 설립은 인턴십, 실무 경험, 글로벌 역량 등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공동 설립 대학은 '창의성, 융합, 글로벌'을키워드로, 창의·융합·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키워나간다. 수업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한다. 교수진 파견, 체류비, 강의료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현재 커리큘럼, 교수진 구성 등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중앙대가 첫 공동 설립 대학 파트너로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 IT분야 최대 협력 국가이자 동남아시아 IT 글로벌 아웃소싱 거점이기 때문이다. 위 학장은 “베트남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게임 분야 등 IT 인력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의대 이탈이나 해외 유출 등의 원인으로 한국에서 부족한 IT 인력을 베트남의 우수 인재가 채워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은 입학생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 습득을 할 수 있는 과정도 제공한다.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에서 취업하고 정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 학장은 “공동 설립 대학 입학생은 1학년 때부터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받게 되고, 이는 4년 과정에 다 포함됐다”며 “한국 IT기업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한국어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공동 설립 대학은 교환학생이나 학점교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위 학장은 설명한다. 단순히 스쳐 가는 과정이 아니라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과정이란 것이다. 베트남 학생은 PTIT 가상융합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2학년까지 마친 뒤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 4년 과정을 마친 뒤 중앙대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고, 한국에서 인턴십 후 한국 기업에서 취업한다. 한국인 교수가 PTIT 가상융합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고, 반대로 베트남 교수가 중앙대에서 강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이 가능해지려면 PTIT 학위를 국내 대학에서 인정해야 하는데 여기엔 엄격한 학사관리가 필수다. 외국인 유학생의 학점 이수, 학칙 개정, 비자 문제 등 제도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중앙대는 앞으로 베트남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일본, 유럽까지 네트워크도 확장할 계획이다.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 학장은 이번 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제 대학은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콘텐츠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어떤 우수한 학생들이 공동 융합 대학에 들어오게 될지 정말 기대됩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