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미국인 2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풀려났던 러시아 무기 중개상 빅토르 바우트가 최근 예멘 후티 반군에 소총 판매를 중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6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시아 출신인 바우트는 전세계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해 '죽음의 상인'(Merchant of Death)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2005)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콜롬비아 좌익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무기를 판매하려 한 혐의 등으로 미국에서 기소돼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일리노이주 감옥에 수감됐다. 형을 다 마치기 전인 2022년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리너와 기업 보안 책임자 폴 휠런을 석방시키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2022년 12월 러시아로 돌아간 바우트는 친크렘린 극우 정당에 가입해 2023년 지방 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며 무기 중개상 생활을 청산한 듯 보였다.
하지만 WSJ는 유럽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 8월 후티 대표단이 자동 무기 거래를 위해 방문했을 당시 러시아 대표단으로 이들을 맞았다고 전했다.
후티 대표단은 당시 1000만달러(약 135억원) 상당의 자동 무기 구매 협상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무기는 아직 전달되지 않았으며, 미국이 견제하는 대(對)함 미사일 또는 대공 미사일 판매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러시아는 이란과의 관계는 공고히 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이 각각 지원하는 적대국 사이 충돌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WSJ는 이번 거래가 러시아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에서 바우트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이번 일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면서도 “빅토르 바우트가 운송업에 종사하지 않은지는 20년이 넘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만약 러시아 정부가 미국의 적대국 중 한 곳에 무기 이전을 허가했더라도, 이 일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를 보내는 것처럼 러시아의 적대국에 군수품을 보낸 일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협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WSJ은 처음 두 건의 인도는 AK-47 돌격소총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AK-74가 거래됐고, 후티 대표단이 코르넷 대전차 미사일 등 대공 무기에 관심을 보였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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