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나설지 주목된다. 부진한 3분기 실적에 이례적으로 수장의 '반성문'까지 내놓으면서 사업과 조직 전반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커져서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내부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삼성 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직문화 재편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일하는 방법도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의 메시지는 최근 급부상한 '삼성 반도체 위기론'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손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난항을 겪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역시 부진하면서 나오는 안팎의 우려를 받아들여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혁신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세계 최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었던 영광에 안주해 도전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 출신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보신주의'가 만연해진 것으로 본다”며 “최근 실적 부진으로 조직 문화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때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릴 만큼 체계적인 조직 운영과 사업 추진은 옛말이 됐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이 '관성의 삼성'이 됐다”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기보다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반도체 조직을 근본부터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보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문화를 바꾸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견고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메시지에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 만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는 체계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취임 후 HBM 경쟁력 회복을 위해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첨단 반도체 패키징 개발 조직을 변경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같은 조처가 향후 보다 큰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연말 인사가 삼성전자 반도체 조직 변화 방향과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