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소설가 한강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뜨겁다. 일찍이 부커상으로 인연이 깊은 영국부터, 해외 수상후보로 한강 작가를 꼽았던 일본 등은 수상 소식과 함께 축하를 쏟아냈다.
10일 일본 공영 NHK 방송은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전하면서 그에 대해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언론과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 한국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어 일본에서의 반응도 이어졌다. NHK에 따르면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서점은 일찍이 한강 작가를 유력 후보로 꼽고 특설 코너를 마련해 놨다. 동시에 점내 모니터에 수상자 발표 회견을 틀어놓고 수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확정되자 특별 코너에서 이를 지켜보던 문학 팬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쏟아냈다고 NHK는 전했다. 30대 일본 남성은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수상이 없었기 때문에 놀랐다. 한 권 읽고 싶다”고 했으며, 한강 작가의 팬이라는 50대 일본 여성은 “친구들과 이 소식을 나누고 싶다”고 기뻐했다.
시부야에서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에 맞춰 열리는 해외문학팬들의 모임에서도 이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40대 일본 남성은 NHK에 한강 작가의 수상을 예견했다고 말하면서도 “언젠가는 수상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젊은 나이에 수상한 것에 더 놀랐다.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아름다운 문체의 작품”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을 때마다 '1Q84',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수상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발표 시기마다 현지 언론은 무라카미 작가의 소식을 쏟아내지만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하면서 현지 네티즌들은 과연 무라카미 작가가 언젠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그를 조명했다. 2016년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영국 문학상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어 2018년에는 소설 '흰'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국 문학의 부커상 물꼬를 뜬 한강 작가이기 때문에 부커상 측은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그의 수상 소식과 함께 과거 인터뷰 링크를 게시했다.
AP, AFP, 로이터 통신 등도 한강 작가에 대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이후 두 번째로 노벨상을 받은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수상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특히 AP는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성공을 거뒀으며,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강 작가의 수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