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여성이 오랜 기간 야생 라쿤(서양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체수에 겁을 먹고 911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폴스보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지난 3일 911에 라쿤 100여 마리에게 자신의 집이 포위당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캣샙 카운티 보안관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여성은 차량을 타고 라쿤 무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킷샙 보안관실 대변인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의 집 근처에서 야생 라쿤에게 지난 35년간 먹이를 줘 왔다.
그러나 약 6주 전부터 라쿤 개체수가 갑작스럽게 폭증했고, 밤낮으로 집 주변에 라쿤떼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A씨가 자동차를 세우면 차를 에워싸고 차문을 긁었고 현관문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여성을 에워싼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맥카티 보안관실 대변인은 “충격적이었다”며 “한 곳에서 그렇게 많은 라쿤이 몰려있는 것은 처음 봤다. 아무도 라쿤 무리에 둘러싸여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신 놀라움을 표했다.
실제로 보안관실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A씨 집 주변에 수많은 라쿤이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다.
워싱턴주 야생동물국은 곰이나 퓨마 같은 대형 육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지만 라쿤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라쿤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에 질병을 옮기거나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먹이를 주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워싱턴 야생동물국의 브리짓 마이어는 A씨가 최근 라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중단했으며, 먹이가 공급되지 않아 라쿤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