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20층 높이 로켓, 젓가락 거치대에 '콕' 잡혔다

13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 슈퍼 헤비 부스터가 거치대에 놓이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 슈퍼 헤비 부스터가 거치대에 놓이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꿈꾸는 미래, 화성 테라포밍이 한 걸음 진척을 이뤘다.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용으로 설계한 역대 최강·최대 규모의 슈퍼헤비 로켓이 완벽하게 회수된 것이다.

13일(현지 시각) 항공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5분 미국 텍사스주 남부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 우주선 스타십이 발사됐다.

71m 길이의 역대 최대 부스터 '슈퍼헤비'(1단), 50m 길이의 우주선 '스타십'(2단)으로 구성된 총 길이 121m의 거대한 발사체다.

스페이스X 슈퍼 헤비 부스터가 거치대에 안착한 모습. 사진=AP/스페이스X
스페이스X 슈퍼 헤비 부스터가 거치대에 안착한 모습. 사진=AP/스페이스X

이날 시험 발사의 목표는 '로켓 회수'다. 발사 3분후 슈퍼헤비 로켓과 스타십 우주선이 분리됐고, 슈퍼헤비는 발사 7분 후 발사 지점으로 돌아왔다.

지상에 가까워진 슈퍼헤비 로켓은 엔진을 재점화해 역추진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낮췄다. 이어 발사탑 '메카질라'에 서서히 접근해 젓가락 모양의 로봇팔 사이로 들어가며 안정적으로 잡혔다. 메카질라는 머스크CEO가 영화 속 괴물 고질라에서 따 와 붙인 이름이다.

사상 처음으로 메카질라를 이용한 로켓 회수가 성공하자 스페이스X의 케이트 티스 매니저는 “오늘은 엔지니어링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쓰는 날”이라며 “정말 미쳤다! 사상 처음으로 슈퍼 헤비 부스터를 성공적으로 발사탑에 다시 올려놓았다”고 열광했다.

스페이스X 대변인 댄 휴오트는 발사 현장에서 회수 장면을 보며 “장난해? 이 시대에도 우리가 방금 본 모습은 마치 마법처럼 보였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타십 우주선은 시속 2만 6225km 안팎으로 고도 210km까지 도달해 지구 궤도 항로를 비행하고 대기권에 재진입해 발사 약 65분 시점 인도양에 착수했다. 다만 스타십은 회수 계획이 없어 별도의 안정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다에 떨어진 뒤 폭발했다.

슈퍼헤비 로켓과 스타십 우주선은 스페이스X가 달 탐사를 넘어 화성 탐사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한 대형 발사체다. 특히 비행 사이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재사용을 가능한 형태로 설계돼 성공하게 된다면 우주 탐사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됐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4월과 11월, 올해 3월과 6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스타십의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으나 모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지난해 두 차례 시험비행에서는 발사 후 얼마 안 가 공중에서 폭발했고, 3차 비행에서는 스타십이 48분여간 비행했지만 목표 지점에 낙하하지 못하고 실종됐다. 4차 비행에서는 비행 후 대기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파손됐다.

5차 시험 비행은 지난 8월 초 기술적으로 준비가 완료됐으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11월 말쯤 승인될 것으로 예상됐다가 예상보다 빨리 허가가 떨어져 이날 시험 비행에 들어갔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이번 시험 비행 성공에 축하를 보냈다. NASA는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려고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 임무에 스타십 우주선을 사용할 예정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날 엑스(X · 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부스터 포착과 다섯 번째 스타십 비행 테스트에 성공한 스페이스X를 축하한다”며 “우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하에 지속적인 테스트를 하면서 달의 남극 지역과 화성 탐사 등 우리 앞에 놓인 대담한 임무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