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이용자가 맡긴 '선불충전금' 총 잔액이 1조원을 한참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 대형 핀테크 기업 운용 선불금을 모두 합친것보다 많다.
14일 카카오 선불충전금 관리현황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 선불충전금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약 1조1984억으로 집계됐다.
카카오 올해 2분기 선불충전금 총액은 약 66억원 수준이었다. 한 분기 만에 200배 가까이 선불충전금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이번 분기부터 선불충전금 포함 항목에 큰 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유상 쇼핑포인트(카카오머니)'만 선불충전금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교환권을 포함하게 됐다.
카카오 선물하기가 전국민이 사용하는 킬러서비스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충전규모가 많은 만큼 보다 까다로운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전금업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전금법은 모바일상품권을 '1개 업종에 사용하는 경우'로 정의해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으나, 개정안은 해당 요건을 폐지함에 따라 대부분 모바일 상품권이 충전금을 100% 보호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카카오는 선물하기에 판매 등록된 모바일 상품권을 콘사로부터 공급받거나, 카카오 자체 신용으로 직접 발행하기도 한다. 이번에 선불예치금으로 잡힌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교환권 총액은 1조190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제외한 유상쇼핑포인트는 약 78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예치금은 신탁방식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이 6985억원, 하나은행이 3000억원, 국민은행이 2000억원씩 맡아 보관하고 있다.
기존 핀테크 기업 중 가장 선불충전업 운용 규모가 큰 곳은 카카오페이로, 올해 상반기 기준 5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간편결제사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운용 사업자 중 가장 큰 규모였으나 모바일 상품권을 포괄하자 카카오의 운용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 2위로 밀려났다.
3분기 카카오페이 선불충전금 잔액은 5698억원으로 3위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와 격차가 4배가량 났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송금' 등 목적보다는 '결제' 목적의 충전이 많아 거래액 대비 분기말 잔액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다.
이밖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운용규모도 전 분기 대비 크게 늘어난 138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당근페이'를 앞세운 당근마켓도 선불충전금 규모가 올해 들어 300억원에 육박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선불충전 운용사 관계자는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이 오히려 상품권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며 위기에 처한 PG, 발행사에게 큰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일부 환불 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