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대만 섬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군사훈련을 5개월만에 재개했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전구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 섬 북부·남부, 섬 동쪽에서 '연합 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부전구 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훈련은 대만 독립군의 분리주의 행위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국가 주권과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정당하고 필요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훈련은 군함과 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 섬에 '가까운 거리'에서 접근하고, 각 군 병종이 합동 돌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함께 공개했다. 다만 훈련이 언제 종료될 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군은 “해상·공중 전투준비·경계·순찰과 주요 항구·영역 봉쇄, 대(對)해상·육상 타격, 종합적 통제권(制權) 탈취 등 과목을 집중 연습해 전구 부대의 연합 작전 실전 능력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군은 앞서 지난 5월 23~24일 이틀 간 대만 포위 훈련 '연합 리젠-2024A 연습'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연설을 문제 삼은 행동이다.
이어 5개월 만에 대만 포위 훈련을 재개한 것이다. 이번에는 지난 10일 라이 총통의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 기념 연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라이 총통은 당시 대만이 중국에 예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짚었다.
이를 문제 삼아 또다시 중국군이 대만 포위 훈련에 들어가자 대만은 물론 미국도 강력 반발했다.
대만 총통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훈련을 “노골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중국은 중화민국(대만)의 존재를 직시하고, 대만 국민이 선택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방해하고 대만의 민주적 자유를 위협하는 군사적 도발을 삼가라”고 일갈했다.
또한 훈련 소식을 전달받은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은 “라이 총통의 '일상적인' 연설이 훈련을 정당화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에 자제력을 가지고 행동하고 대만 해협과 더 넓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훼손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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