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신소재 기술 전쟁, 그래핀 시대가 열린다

이억기 파이컴 대표이사·전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장
이억기 파이컴 대표이사·전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장

몇 년 전에 개봉한 기후 환경 과학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열대야 신기록을 세운 2024년 여름이 지나갔다. 이 영화는 인간들이 초래한 기후 온난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면서 폭설, 강풍, 혹한의 강도를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경지를 표현함으로써 그러한 환경을 처음으로 겪는 나약한 인간의 한계와 함께 반성, 이미 늦은 참회 장면을 리얼하게 연출했다.

수많은 지구 기후 물리학자들의 경고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구 기후 온난화 원인이 된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차 없이 늘리든지 유지하려는 의지와 시도 또한 상존한다.

세계 산업계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배터리 전쟁에 들어갔다.

석탄 산업의 효시 국가 영국은 석탄 사용을 제로화하는 국가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전기차의 출현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며, 무인 운행의 완전 자동주행을 앞두고 있다.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배터리의 용량을 키우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화재 예방과 안전성을 확대하고, 배터리의 부피와 중량도 줄이며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업계의 노력과 경쟁은 최고조에 달해 보인다.

그 가운데에서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한 학자들이 받게 한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세계인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한반도에도 상당량이 부존해 있다. 지구 광물자원으로 이미 존재하는 흑연(그라파이트) 파생물인 그래핀의 특성과 효용을 알게 해 준 과학자들에게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 것 자체만으로도 그래핀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대하다. 그러나 이것을 목적한 용도와 높은 효율로 쓸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하는 공정이 어려워서 상용화 케이스가 희소하다.

매우 어려운 공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지구에서 가장 비싼 물질로도 알려져 있고, 그만큼 제대로 된 공급자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구리보다 전도도가 100배 이상 빠르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며 투명하고 유연하며 질긴 특성에다 두께가 0.25나노미터인 그래핀 소재의 진면목을 활용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에 선행해서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개발자나 생산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히 그래핀 소재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불문하고 불특정 품목의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뿐만 아니라 해당 품목의 전 세계적 지배자가 되어 성공을 구가할 것이다.

한국 산업 역사를 뒤돌아보면 대한민국 산업인은 목표로 하고 착수한 모든 품목을 세계적인 기준으로 모두 성공시켰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건축·통신, 심지어 K팝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상을 가졌고 세계사적으로 가장 혹독한 근대사를 겪은 처지이면서도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게 하는 저력이 있다.

요즘 가끔 전기차 화재 사고가 뉴스로 등장해 걱정이 든다. 전적으로 안전장치나 안전회로 등을 규격화·제도화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우를 예상하지 못한 개발자 인식과 행정권의 문제겠지만 배터리의 충전용량 확대, 충전시간 단축, 화재폭발 감소 역시 '그래핀 소재 기술'로 원천적인 해결이 가능한 점도 틀림없는 일이다.

필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그래핀 가공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몇 곳의 이차전지 관련사 평가를 통해 기존의 배터리 용량 대비 약 5배 이상 충전 용량을 키우고 약 8분 내 완전 충전 가능, 충전 효율이 높은 실리콘 소재 적용 시 자연 발생하는 부피 팽창과 발열 높은 전도성으로 완화·감소시킬 수 있는 그래핀 및 실리콘 가공 기술과 처리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있음을 알고 있다. 평생을 나노 신소재 금속을 국산화시키기 위해 연구한 국립대 교수의 '실사구시' 염원을 바탕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과정에서 이룬 세계적 쾌거, 또 다른 한국의 위상을 만든 결과로 여기며 존경과 격려를 보낸다.

이억기 파이컴 대표이사·전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장 oklee@phi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