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칩렛'이 자동차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서버·정보기술(IT)·모바일 중심이었던 칩렛 적용을 자동차까지 확대하려는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간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은 최근 '오토모티브 칩렛 프로그램(ACP)'을 가동했다. 차량용 반도체에 칩렛을 접목하기 위한 일종의 협력 생태계다. Arm·ASE·BMW그룹·보쉬·케이던스·지멘스·실리콘오토·시높시스·텐스토렌트·발레오 등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
칩렛은 기능 별 반도체를 따로 제조한 뒤, 이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반도체마다 최적화된 공정으로 제작한 후 하나의 칩으로 묶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가령 CPU는 5나노미터(㎚), GPU는 7㎚로 제작해 칩렛 표준 기술인 'UCIe'로 연결하는 식이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규모 연산이 가능한 NPU가 등장, 칩렛 기술이 한층 각광받고 있다. NPU를 자체 제작한 후 CPU나 GPU와 접목해 고성능 AI 칩을 만들 수 있어서다. 이같은 강점으로 고성능컴퓨팅(HPC)이나 노트북·PC용 프로세서, 일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칩렛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시장은 칩렛 불모지였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확산, 대규모 데이터를 연산할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단순 CPU 뿐 아니라 인포테인먼트나 AI 연산을 위한 GPU·NPU 수요가 늘면서 칩렛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하지만 단일 기업이 차량용 칩렛을 구현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차량 최적화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아서다. ACP가 가동된 이유다. 아이멕은 “(차량용) 칩렛은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신속한 사용자정의와 업그레이드를 용이하게 한다”며 “그러나 단독 기업이 칩렛을 도입하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CP에 반도체 설계자산 및 자동화 기업(Arm·케이던스·시높시스·지멘스), 반도체 개발(텐스토렌트·실리콘오토), 전장부품(보쉬·발레오)·반도체 후공정(ASE) 등 전 생태계가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 분야별 역량을 집결해 차량용 칩렛을 보다 신속하게 구현하려는 전략이다.
ACP는 차량용 칩렛 확산을 목표로 본격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칩렛 도입을 주저하게 한 걸림돌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아이멕은 “자동차 산업은 10~15년 이상의 신뢰성과 안정성, 고성능과 배터리 수명 등 당면 과제 때문에 칩렛 도입을 주저해왔다”며 “ACP가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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