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나이지리아판 K-영화'가 제작됐다.
나이지리아 제작자 케미 이쿠세둔(켐즈 마마)이 선보인 나이지리아 최초로 한국어 통합 작품 '마이 선샤인: 나의 햇살'(이하 '마이 선샤인')이 지난 6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한국-나이지리아 혼혈인 여자 주인공이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명문고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로, 현지 인기 배우 치네두 이케디제, 마카로니 등이 출연했다.
나이지리아판 K-드라마라는 제목에 걸맞게 긴 레게머리를 한 아프리카계 여학생들은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도 “진짜 싫어”, “내말이!”, “엄마” 등 대화 중간중간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대화뿐만 아니라 한글도 곳곳에 배치됐다. 포스터에 적힌 소제목은 한글로 '나의 햇살'이고, 학교 게시판이나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한글이 등장한다.
줄거리에도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가 가득 들어있다. 한국 출신의 아버지 덕에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주인공 '카리스'가 운좋게 명문고에 진학해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부잣집 도련님 '제럴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과 '꽃보다 남자' 등을 연상시킨다.
여자 주인공은 K-드라마 클리셰인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이다. 여주인공을 시기하는 악녀들과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서브 남자주인공까지 전형적인 K-학원물이다.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한국어로 번안해 부른 '러브 이즈…', '유어 마이 선샤인' 등이 OST로 흘러나온다.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들이 만든 아마추어 작업물이 아니다. 나이지리아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인 JJC 스킬즈가 연출하고, 케미 이쿠세둔은 각본을 쓰고 직접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작품이다.
이에 따라 현지 매체들 역시 '마이 선샤인'에 관심을 보였다. 일부는 현지에서 많이 쓰지 않는 한국어를 지나치게 많이 넣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이지리아 영화와 한국 문화의 혁신적인 융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상은 현재 조회수 61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한국어 너무 잘한다”, “생각보다 발음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진짜 재밌다” 등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