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가정집에서 노인을 돌보기 위해 고용된 인도네시아 출신 간병인이 갑자기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지 규정상 임산부를 해고하는 경우 벌금은 물론 2년 간 새로운 간병인을 고용할 수 없어 해당 가족은 노인과 산모, 신생아까지 돌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대만 국제라디오(RTI)에 따르면 현지 온라인에서 외국인 간병인이 방에서 혼자 출산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됐다.
영상은 최근 대만 북부 신주시의 한 가정집에서 녹화된 폐쇄회로(CC)TV 화면이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인의 뒤로 배가 부른 간병인이 침대 위에 누워있다. 간병인이 출산해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자 그 소리에 노인이 반응해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 담겼다.
갑자기 태어난 아기에 당황한 노인의 가족들이 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하면서 확산됐다. 노인의 가족은 해당 간병인을 5개월 전 고용했으며 그가 평상시 헐렁한 옷을 입고 있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대만에서는 이주 노동자에게 고용 전 임신 테스트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대만 입국 전 자국에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해당 간병인은 친구의 건강 검진표를 사용해 신체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의 가족은 노인을 돌보기 위해 고용한 간병인이 갑작스럽게 출산하는 바람에 간병인과 아기까지 돌보고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만에서는 임산부 근로자를 해고하는 고용주에게 최대 150만 대만달러(약 6350만원)의 벌금과 2년 동안 신규 근로자 고용 자격을 박탈하는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규정이 생긴 이유는 알겠지만 고용주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신주시 노동부는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해당 간병인을 배치한 인력 기관은 해당 간병인과 그가 낳은 아기가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대만 노동 당국 역시 이를 감안해 간병인이 추후 대만으로 돌아와 복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