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기본은 변통(變通)입니다. 혁신해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리더며 경영자는 덕과 인을 갖춘 기인이 돼야 합니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15일 저녁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명사 특강에서 “사업의 본질은 궁변통구(窮變通久)”라며 “혁신해야 성장하고, 성장해야 더 많은 과실이 달린다. 이것이 진정한 사업가가 하는 경영”이라고 밝혔다.
주역에서 말하는 궁변통구는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동양경영의 철학을 이러한 변통의 반복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업의 기본은 인재를 통해 혁신하고 성장의 성과를 공유하는 선순환 매커니즘을 장착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이익만 쫒는 것은 격이 낮은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혁신의 주체로 사람을 꼽았다. 인재만이 혁신할 수 있고 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경영의 본질은 인치(人治)라는 것이다. 특히 경영자가 올바른 리더십을 가지려면 수기치인 자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중용에서 말하는 '박학심문신사명변독행(博學審問愼思明辨篤行)'을 인용하며 “리더는 배우고 묻고 신중히 판단하며 똑바르게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실천에 옮기는 독행은 리더뿐 아니라 구성원까지 다같이 해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계약 관계로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 경영자의 주요 덕목은 인격”이라며 “리더의 인사고과는 재무적 성과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정사(正邪)와 본질과 껍데기를 구분하는 본말(本末), 무엇이 우선인지 분별하는 주종(主從)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 '호모 데우스'를 인용하며 “기술진보의 마지막 열차가 출발했다. 지금 뛰면 올라탈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시는 탑승할 수 없다”면서 “열차에 타면 살아남을 것이며 놓치면 말(末)과 종(從)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강연은 최근 KT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있다. KT는 네트워크 기반의 통신 중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과 AI 인재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이날 KT이사회는 네트워크 운용 자회사를 설립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구조개편안을 의결했다.
강연 후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KT는 기술기업으로 가야한다. 이번 개편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인력구조 개편에 대한 내부 우려에 대해서도 “(강연 주제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전출된 직원들은 그곳(자회사)에서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특별 강연은 성균관대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최로 열렸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평소 한학(漢學)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