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男과 결혼할래”…영상통화로 630억 뜯은 미녀의 정체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딥페이크를 활용한 로맨스 스캠 사기로 우리돈 63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뜯어낸 홍콩 범죄조직이 경찰에 체포됐다.

14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4600만 달러의 규모 로맨스 스캠 사기 행각을 벌인 범죄 조직원 2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로맨스 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통신 수단을 통해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기법을 말한다.

21명의 남성과 6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해당 범죄 조직은 홍콩 구룡반도 남쪽에 있는 헝홈 자치구에 운영센터를 두고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21~34세 젊은 나이로 구성된 조직원들은 대다수가 고학력자였다. 지역 대학을 다닌 후 갱단에 채용돼 해외 IT 전문가들과 가짜 암호화폐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로맨스 스캠 사기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해당 플랫폼에 투자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먼저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남성에게 문자 메시지를 잘못 보냈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이어 AI로 만든 가짜 이미지, 이른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낸 젊고 예쁜 가상의 여성으로 영상통화를 이어가며 신뢰를 쌓았다.

범죄 조직은 접근 방식을 여러 단계로 나눠 고도의 계획하에 신뢰를 쌓았다. 심지어 교육 매뉴얼도 있었는데, 피해자의 진정성과 감정을 움직일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조직원을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들어진 가상의 여성은 각각의 피해자별로 다르게 대응하며 관계를 밀착했다. 피해자와 관계를 어느정도 형성한 뒤에는 실패한 관계나 비즈니스 실패 등의 어려움을 토로해 신뢰를 키우고, 여행 계획 등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자며 투자를 유도했다.

경찰이 이 사기가 1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지난 8월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경찰은 운영센터를 압수수색해 약 2만 6000달러(약 35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와 명품 시계 등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