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8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 곳곳에 '핀업걸(Pin-up girl)' 스타일의 모병 광고가 등장해 논란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기계화보병여단인 제3 독립돌격여단은 이달 초부터 새 모병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3 독립돌격여단은 2023년 3월 휘하 정예부대 지휘관 5명이 이례적으로 맨얼굴을 드러낸 광고를 제작해 하루 150∼200건씩 지원자가 몰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여러 차례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네 번째인 이번 캠페인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이 막사에 붙여놓았던 여배우 사진들에서 유래한 핀업걸이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 세워진 제3 독립돌격여단의 빌보드 광고에는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안기듯 몸을 누인 여성이 지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모병용 홈페이지에는 한 손에 권총을 쥔 채 연기가 치솟는 전장을 향해 오토바이를 모는 병사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 모델이 표지 사진으로 쓰였다.
드미트로 미디어팀 수석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일종의 가벼운 분위기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유튜브의 제3 독립돌격여단 공식계정에 올려진 광고 동영상에는 군복 차림의 두 남녀가 입을 맞추고 얼싸안은 채 서로를 쓰다듬는 선정적 장면까지 나왔다.
이런 영상이 제작된 배경에는 휘하 130여개 여단에 병무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병사를 모집할 권한을 준 우크라이나 특유의 모병 제도가 있다.
장기화된 전쟁에 입대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신병을 받으려면 같은 우크라이나군 부대끼리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공격적 광고 캠페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제3 독립돌격여단 미디어팀을 지휘하는 크리스티나 본다렌코는 “현대전에서는 더욱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육군에 속하는 게 멋지다(cool)는 생각이 받아들여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캠페인에 대한 우크라이나 현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엑스 이용자는 “민망하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군지 보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또다른 누리꾼은 페이스북에 제3독립돌격여단의 빌보드 광고판 사진과 함께 “나는 제3 독립돌격여단을 사랑한다. 이 차가운 가을 하늘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부대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