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던 정책대출 규제 강화에 입주·이사를 앞둔 주택 수요자들이 패닉에 빠지자, 정부가 일단 규제 적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갑작스런 유동성 문제로 서민들이 주택 매입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하는 등 현장 혼선이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21일부터 시중은행이 동시 적용할 예정이었던 정책대출 규제 강화 조치 3가지에 대한 도입 시점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규제 최종 철회를 목표로 추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국토교통부 지시를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문도 없이 갑자기 서민대출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에서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서민대출에 정부가 제한을 건 것을 질타하고 즉각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소득수준을 따져 저금리로 공급되는 '서민대출'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규제 강화가 원인이다. 3가지로 구성된 이번 규제는 △대출한도에서 소액임차보증금을 제하는 '방수공제 필수진행' △대출 이후 주택 완공 시 담보로 전환하는 '후취담보 대출 ' 제한 △대출희망일을 대출접수일 기준 50일(전월세자금은 30일) 이후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규제 하나하나가 잔금 납부를 앞둔 주택 매수자들에게는 큰 타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방수공제는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을 때 소액보증금을 차감하고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서울은 5500만원,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은 4800만원을 떼고 대출을 해준다.
융자자금에 방수공제를 적용하지 않으려면 모기지신용보험(MCI)나 모기지신용보증(MCG)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은행 자체대출을 시작으로 주담대 제한 기조가 강해지면서 최근 MCI·MCG 취급을 중단하는 은행이 늘어났고, 결국 이번 정책대출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즉, 정책자금을 이용하려고 했던 수요자는 공제된 5500만원을 급하게 융통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만 이번 규제의 경우 시중은행 재량으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다른 시중은행들은 도입 시기에 있어 일주일 가량 시차를 뒀고, 이후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자 다시 조치를 한 주 연기하는 등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정부가 규제 적용시기를 특정한 것이 아니고, 은행들도 개별 사정에 맞게 일정을 조율해 도입하려고 하다보니 유예나 조정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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