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한국 전체 수출액 및 증시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8%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수많은 협력사 근무자,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를 생각해 볼 때, 삼성이 휘청거리면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적 직격탄이 된다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곧 있으면 삼성전자 '생일'. 창립 55주년(11월 1일)을 맞는다.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 삼성전자 어닝쇼크 등의 표현으로 언론이 떠들썩하다. 전문가 진단들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실기, 신기술 전략 부재, 최종 의사결정과정에서 엔지니어 목소리 배제, 치열하지 못하고 느슨한 조직문화, 무사안일 등 사방팔방 공격을 받고 있다. 또 최근 역대 산업 장관들이 모여 반도체 환란 위기의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 전 세계는 반도체 신(新)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총성' 반도체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는 이미 '기업 간 경쟁 구도'를 뛰어넘어 '국가 간 경쟁 구도' 정점에 서 있다.
반도체 최강자, 난공불락 철옹성이라 불리던 인텔 침몰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게 느껴진다. PC에 '인텔 반도체가 들어있다'를 표시하는 '인텔인사이드' (Intel Inside)는 전자제품 품질을 보증하는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모바일, AI시대 흐름에 뒤처져 반도체 제왕이라 불리던 인텔이 전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해고하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파운드리 부문 분사뿐 아니라 퀄컴의 인텔 인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먼저 위협과 도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대혼란 시기에 움츠리지 말고, 오히려 '반도체 제국'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기업·정부·국회·5000만 국민 모두가 꿈꿔야 한다. 꿈을 꾸어야 이루어지고 찬란한 역사를 만들 수 있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삼성은 이번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새판을 짜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있었다면 이제 이재용 회장의 'OOO선언'으로 삼성전자의 새역사를 창조해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위기가 한국경제의 위기라는 점을 각인하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반도체 전쟁 통 속에서 '반도체=대기업'이라는 인식도 떨쳐버려야 한다. 반도체를 단순히 여타 산업 중의 하나로 인식하는 것 또한 과감하게 뛰어넘어야 한다. 대통령실, 기재부, 산업부, 외교부, 교육부 등 '정부'와 '국회'가 반도체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遇)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무엇을 하면 되는가. 그냥 어떻게 되는지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될까. 절대 아니다.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내 그럴 줄 알았어” 등의 비아냥은 상대방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된다. 오히려 이러할 때 그 사람의 뒷모습을 살피면서,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전할 때 상대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된다.
지금부터 '삼성'에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자. 우리 국민이 삼성의 '디딤돌'이 되자. 5000만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거침없이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을 기대해 본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장 hong.daesoon@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