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창작과 질문의 힘

[기고] AI 창작과 질문의 힘

오늘날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AI는 복잡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특히 인간 고유 영역으로 간주됐던 '창작(creation)' 영역에서 조차 AI의 역할이 급속도로 확대돼 미술, 디자인, 사진, 영상, 영화, 방송, 웹툰, 소설, 음악, 공연 등 창작 콘텐츠의 거의 모든 분야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AI가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을 잠식해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창작의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역설의 목소리도 있다.

조만간 AI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정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AI 발전은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 격차를 더욱 벌려놓을 것이며, 이는 단순히 기술적 능력을 넘어서 AI와 협업할 수 있는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즉, AI는 단순한 기계적 보조도구 역할을 넘어 인간과 함께 창작 과정을 이끌어가는 파트너로서 역할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를 다루기 위해서는 프롬프트(prompt), 즉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생성된 결과물은 크게 달라진다. 프롬프트는 단순한 질문이나 명령을 넘어 AI와 인간이 함께 상호작용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대화 수단이다. 직장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 간 소통 문제로 인해 팀 내 불화가 생기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협업 파트너인 AI와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기술적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며, AI로부터 창의적 대답을 이끌어내는 대화 방법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화 기술은 단순한 기계적 스킬이 아니라 정확하면서도 유연하고 탄력적인 감각과 노하우를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에서 '프롬프트 디자인(prompt design)'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도록 꾸미고 표현하는 미술의 영역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디자인(design)은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필수 요소만으로 핵심 의미를 표현(to sign)하는 기획과 설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AI 프롬프트는 단순한 기술적 장식이 필요없으며, 오히려 핵심적이고 창의적인 구조로 간결하게 설계(design)돼야 한다. 따라서 프롬프트 디자인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서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도구가 되는 것이다.

AI를 사용할 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이다. 이 '환각현상'은 AI가 잘못된 정보나 존재하지 않는 결과를 생성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는 창작 영역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부정확한 정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 매우 위험할 수 있으나, 창작 영역에서 AI가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능력은 오히려 독창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전통적인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영감과 유사하다.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뜻밖의 엉뚱하고 부정확한 생각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발전하듯, AI도 환각을 통해 독창적인 창작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AI의 엉뚱함을 정확히 파악하고 반대로 그 엉뚱함을 이용해 더욱 독창적 창작물을 생성하도록 의미있는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과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다. AI가 모든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시대에도 그 정보를 맥락화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로 전환할 수 있는 이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인간의 몫이다. 특히, AI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수록 인간의 올바른 사고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창작'은 곧 '생각'이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인 지식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사고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맥락화하는 잠재적 능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AI 발전과 함께 인간의 생각이 창의적 결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창작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데카르트가 말했듯이,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이 멈추면 죽은 것과 같다. 생각이 멈추면 창작 역시 멈춘다. 결과적으로 AI와 함께하는 창작의 미래에서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깊이 생각하며,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창작의 시작과 끝은 결국 '생각의 힘'에 달려 있으며, 그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은 '질문(prompt)의 힘'에 있다.

이기호 백석예술대 영상학부 교수·영상문화연구소장·한국융합영상학회장 front@b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