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장애 실태조사' 한 걸음 뒤로... 질병코드 논란 숨고르기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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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예정됐던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무조정실은 당초 올해 하반기 실태조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내부 담당자 교체 등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추가 민관협의체 회의를 통해 쟁점 사안을 다시 논의한 후 발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1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11월 중 민관협의체에서 게임 이용장애 실태조사 연구용역의 세부 방법론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실태조사부터 우선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셈이다.

정부는 실태조사 결과와 민관협의체 논의사항을 종합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ICD)-11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도입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다만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추진하는 의료계와 이를 우려하는 게임업계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양측이 모두 수용 가능한 수준을 가늠하며 신중한 접근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내실 있는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위해 조사방법론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계획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둘러 연구용역을 발주할 경우 위원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예산만 낭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2019년 민관협의체 출범 이후 11차례 회의를 통해 게임 이용장애 찬반 의견과 도입 시 파급효과 등을 논의해왔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 분석, 진단 도구 타당성 연구, 게임 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 등을 진행했다.

민관협의체에서는 실태조사 관련 조사방법론과 연구용역 총괄 주체, 세부 용어, 설문조사 문항 등을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무조정실 역시 문체부와 복지부 추천 위원 입장을 다시 듣고 수용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실태조사가 일정보다 늦춰짐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된 KCD 10차 개정 초안에도 게임 이용장애 관련 내용이 당장 반영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승래 의원은 국무조정실 기조 변화에 대해 “국무조정실에서 민관협의체를 거쳐 연구용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게임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지 계속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