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발전은 많은 부문에서 편의를 가져왔지만 시각장애인에겐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이들에겐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오히려 또 하나의 장벽이자, 일반인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요인이다.
박성수 유원대학교 강사는 기술 발전에 따라 자칫 더 벌어질 수 있는 일반인과 시각장애인과의 격차를 줄이는데 헌신하는 인물이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는 최근까지 강원명진학교 특수교사로 활동하며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시각장애인이 IT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소프트웨어(SW)와 디바이스 활용 실무 교육으로 시각장애인 사이에서는 '박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다.
박 강사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장애인 사이의 연결점을 언급할 때 '사용성'이라는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웹 접근성 개선 등 장애인의 IoT 기술 적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활용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쇼핑몰을 예로 들면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검색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접근성이지만, 실제 필요한 제품을 결제하고 배송까지 받는 것은 사용성이다. 그는 많은 장애인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데까지는 아직 많은 장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웹사이트를 도배하는 수많은 팝업 페이지와 광고 배너는 시각장애인의 인터넷 사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내용을 읽어주는 음성 기술이 그래픽과 이미지도 설명하는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핵심만 추려서 웹사이트 정보를 간결하게 해주는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박 강사는 최근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AI)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AI를 연구하고 자체 모델을 개발하지만, 그 속도전 가운데에 장애인을 위한 AI 징검다리 플랫폼은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AI는 '안내원 없는 KTX'에 비유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을 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단이 있지만, 안내원이 없는 KTX는 시각장애인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AI 역시 시각장애인이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없다면 일반인과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박 강사는 AI와 장애 사이 매개체를 만드는데 있어 본인을 포함한 장애인 스스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I 학습이 중요한 만큼 딥러닝 과정에서 시각장애 불편을 느끼고 있는 주체들의 전문적인 의견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나아가 장애인은 물론 노인 등 향후 더 늘어날 디지털 약자를 위한 준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강사는 “지금 시대는 디지털에 잘 훈련된 사람을 위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시각장애 학생 IT교육으로 쌓아온 경험이 AI와 장애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