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플래시 시장 회복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PC와 모바일용 수요 확대가 더뎌 재고가 쌓이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메모리 시장을 견인했던 것과 대비된다. 주요 낸드 제조사들이 가동률을 조정할 지 주목된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낸드 플래시 재고량이 점점 늘어나 공급 과잉 수준에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낸드 플래시 적정 재고 일수를 6~8주로 보는데, 최근 이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 제조와 고객사가 안정적으로 감당할 재고 수준이 꽉 찬 상태”라며 “당분간은 이같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재고 일수는 반도체 완제품 생산 완료 후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현재 재고 수준과 언제 소진되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낸드는 올해 반도체 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HBM과 더불어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로 주목받으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키옥시아 등 주요 낸드 제조사의 감산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이에 3분기까지 낸드 제조사들은 공장(팹)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수요에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을 중심으로 90% 이상 가동률을 최근까지 이어왔다. SK하이닉스 역시 eSSD 사업을 하는 솔리다임을 중심으로 가동률을 높였다.
낸드 3·4위인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키옥시아도 가세했다. 특히 키옥시아 경우 6월 기준 주요 낸드 생산 거점인 욧카이치 공장과 기타카미 공장 가동률 100%를 달성하며 1년 8개월 만에 낸드 감산을 완전 종료했다.
최근 재고 확대는 급격한 가동률 상승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늘렸지만, 수요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eSSD 뿐 아니라 PC 및 모바일용 낸드 가동률까지 높이면서 공급 과잉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와 모바일용 낸드 수요 회복은 eSSD 대비 여전히 더딘 편인데,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재고가 갑자기 늘어났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중국 낸드 제조사들도 가동률을 높이며 대대적인 공급에 나선 것도 재고 축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다.
재고 상승에 따른 단기적인 낸드 가격 하락세가 점쳐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전체 낸드 가격이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5~10% 상승했던 것과 상반된 전망이다. AI 수요에 eSSD만 0~5% 수준 가격이 오르고, 다른 제품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생각보다 빨리 쌓이면서 주요 낸드 제조사들이 가동률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모바일과 PC 등 범용 낸드 시장에서 가동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