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적출 직전 수술대서 깨어난 美 '뇌사자'… “눈물 흘리며 몸부림”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한 남성이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를 적출당하기 직전 깨어난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NPR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2021년 10월 미국 켄터키주 뱁티스트 헬스 리치몬드 병원으로 이송된 남성 토마스 TJ 후버 2세(36)다.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이송되고 얼마 안가 뇌사 판정을 받았다. 생전 후버는 사망 시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신청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의 뜻을 존중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뇌사자가 장기 기증을 위해 수술방으로 옮겨지는 동안 가족은 병원 직원들이 함께 걷는다. 그 순간 후버의 누나이자 법적 보호자인 도나 로러는 침대 위의 남동생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목격했다. 가족들은 그가 살아있는 것 같다고 병원 측에 알렸으나 “흔한 반사작용”이라는 답변을 받고 찜찜하지만 후버를 수술방으로 올려보냈다.

문제는 수술실에 후버를 눕힌 뒤 심장 카테터 검사(이식 가능할 만큼 건강한지 확인하는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발생했다. 갑자기 후버가 몸을 휘두르며 움직인 것이다. 놀란 의료진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눈에 띄게 눈물을 쏟으며 흐느끼고 있었다.

당시 수술실에 있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 측이 후버의 소생 사실을 알았음에도 수술을 감행하려 했다고 주장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술 병원에서 장기 보존 역할을 맡았던 나타샤 밀러 간호사는 자신 역시 후버가 병실을 옮길 때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밀러는 “수술을 담당한 두 명의 의사는 (후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 참여를 거부했다. 케이스 코디네이터가 켄터키 장기 기증 협회(KODA) 감독관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리자, 감독관은 '다른 의사를 찾아서 (수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 케이스를 맡을 것. 다른 의사를 찾아야 한다'고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밀러는 후버가 움직이자 진정제를 맞았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수술은 취소됐다. 후버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명확해 수술을 더 이상 감행할 수 없었다. 심장을 적출하려던 외과의사도 “이 사건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수술실을 빠져나갔다.

병원 측은 이후 도나에게 남동생을 집으로 데려가라고 말하면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후버는 걷기와 말하기, 기억력 등 후유증이 있는 상황에서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살아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밀러 외에도 여러 KODA 소속 직원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퇴사했다. 사건의 충격으로 일부 직원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장기 보존 전문가인 니콜레타 마틴도 이 일로 관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문제가 된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수술에 차출될까 무서워 퇴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인생 전체를 장기 기증과 이식에 바쳤지만 이런 일이 허용되고 기증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내게는 너무 큰 공포”라며 “그 사건은 최악의 악몽이다. 수술 중 살아있는 상태로 누군가 당신을 갈라서 신체 일부를 꺼낼 것이라고 생각했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의료진 중 일부는 내부 고발자가 돼 미국 하원 장기 조달 관련 청문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서한을 제출했다. KODA와 병원 측은 관련 논란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식 장기 조달을 감독하는 연방 보건 자원 서비스 관리국(HRSA)과 켄터키주 법무 장관실은 사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 의료계에서도 “일회성이며 이 사건을 전체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이 사건이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을 뿐, 비슷한 사건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