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가짜뉴스”, 북한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한 '러시아 북한군 파병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는 북한 인공기가 걸렸고, 러시아 본토에 배치됐던 탈영 북한군들이 러시아 당국에 붙잡혀 구금되는 등 여러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북한의 인공기가 걸린 모습이 친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전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임시 점령지에 북한과 러시아 국기가 함께 꽂힌 사진을 공유했다. 북러 관계를 강조하는 국기를 꽂아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저하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인공기 게양이 곧 북한군 파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기가 꽂힌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전선은 북한군이 실제 파병돼 인공기가 게양됐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날 탈영한 북한군이 러시아 당국에 붙잡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군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4일 식량과 지침 없이 러시아 쿠르스크주 숲 속에 방치됐던 북한군 18명이 탈영했다가 최근 붙잡혀 구금됐다고 전했다.
앞선 19일에는 러시아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보급품을 받기 위해 줄 선 영상과 군복 치수를 적도록 마련한 러시아의 한글 설문지가 공개됐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 측은 파병설을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다.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 정부 대표 역시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터무니없다”고 받아 쳤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