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 “SMR, 대형원전과 전혀 다른 글로벌 규제 체계 필요”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22일 열린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22일 열린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기존 대형 원전과는 개발 방식에서부터 타깃 시장, 규제, 실증 과정, 인력 운용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몰고 올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 모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극 대응해야만 미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2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 202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SMR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X)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날로 급증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대체 에너지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지만 대형 원전은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은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크다.

SMR은 원자력 에너지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사전 제작된 모듈을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에 대형 원전 건설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원전 기업 집적지인 경남도가 대외적으로 SMR 제조 클러스터 거점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원전 산업 고도화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대형 원전이 맞춤형 제품이라면 SMR은 기성품”이라며 “SMR이 상용화 단계를 맞더라도 기존 대형 원전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상호보완적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80여개의 SMR 설계 회사가 있지만 모두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반도체처럼 SMR 제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량의 냉각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해안에 지어지는 원전과 달리 SMR은 인구 밀집지역에도 건설 가능해 인력 운용 등에서도 기존 원전과는 다른 시장 트렌드가 형성될 전망이다.

현시점에서 SMR의 글로벌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규제다. 한 나라에서 모듈형으로 생산된 SMR이 다른 나라에서도 인허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규제 체계가 국가 단위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표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정부도 이미 SMR 확대를 위한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20여개국은 글로벌 원전 확대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는 2025년 9월 열릴 3차 원자력 장관회의 공동개최국으로 한국을 선정해 발표했다.

정 회장은 “향후 SMR 시장에서의 리더십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하게 되고 개발보다 투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규제의 국제화 흐름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해야 SMR이 몰고 올 새로운 변화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