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대망의 20집' 조용필 "음악은 나에게 도전…계속 도전하고 싶다"

조용필, 사진=이승훈 기자
조용필, 사진=이승훈 기자

'가왕' 조용필의 스무 번째 앨범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됐다.

조용필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스무 번째 정규앨범 '20'의 발매를 기념해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신곡을 처음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의 진행은 음악평론가 임희윤이 맡았다.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최초로 '가왕(歌王)'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조용필답게 이날 간담회에서는 많은 질문이 이어졌고, 방대한 주제를 다뤘다.

이에 이날의 대화를 축소하기보다 일문일답으로 풀어, 조용필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이하 일문일답

Q. 첫인사

조용필 "쑥스럽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 나이 70살을 넘어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열심히 했다. 1집부터 시작해서 20집까지 만들었으면 아마 앨범으로는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새로운, 좋은 곡을 만들면 또 할 예정이다"

"지금 자리는 좀 쑥스럽다. 차라리 무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무대도 사실 뒤에서 등장하기 전에 대기할 때는 지금도 떨린다 무대에 나오면 그나마 좋다"

Q. '20'이 나오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조용필 "그게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된다. 콘서트는 계속 했는데, 음반은 쉽게 되는게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에 들어야한다. 만들고 악보를 보면 '에라이!' 하는 생각이 들어서 버린 곡이 수백 곡쯤 된다"

Q. 19집 'Bounce'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조용필 "내가 91년도에 TV에 출연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방송 출연 안 하고 콘서트만 하겠다고 했느데, 방송을 안하니까 신곡을 내봤자 홍보가 안 돼서 잘 안 되더라. 그런데 2013년 19집은 운이 좋았다"

"곡으로는 'Bounce'가 그 정도로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앨범이 나오기 전 친한 음악하는 사람에게 들려줬는데 의견이 반반 갈렸다. 'Hello'와 'Bounce'가 반반이었다. 'Bounce'는 처음에는 통기타 곡이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아닌 것 같아서 피아노로 바꿨다. 그리고 발매되니까 역시나 'Bounce'가 더 인기가 있더라"

Q. 여러가지로 '20'이 마지막 앨범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조용필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앨범으로는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 앞으로 한 두 곡씩은 낼 것 같다. 그래도 모르겠다. 갑자기 미쳐서 21집을 낼 수도 있다. 미래는 모르겠다"

Q. '20'의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만든 배경이 궁금하다.

조용필 "TV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카메라가 진 팀은 전혀 안보여주고 우승팀 세리머니만 계속 비추더라. 그때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패자의 입장에서는 '다음은 이길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이야기를 작사가에게 들려줬다. 어떤 사람이든 이런 마음일 수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가사가 필요했다. 승자가 아니라 패자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그 경기에서 내가 진 쪽의 팬이기도 했다. (웃음) 모든 사람이 다 승자일 수는 없기에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Q. 그래도 조용필은 패자의 느낌을 잘 못느낄 것 같다.

조용필 "아니다. 나도 100% 만족하고 곡을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내 곡을 들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의 감정을 많이 느낀다"

Q. 만약 타임머신이 있어 과거의 자신에게 '그래도 돼'를 들려줄 수 있다면, 언제 들려주고 싶나?

조용필 "8, 90년대에 나만큼 방송에 나간 사람이 없을 거다. 그러다 가수가 아니라 방송인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TV 출연을 거절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1, 2년은 객석이 찼지만, 점점 줄어드는 게 보이더라. 90년대 말쯤 되니까 아예 2층 객석이 텅 비었따. 내 생각으로는 '내가 히트곡이 몇곡인데!'라는 마음이었으나, 그때가 내 자신에게 가장 실망했던 때다. 타임머신이 있으면 그때로 돌아가서 '그래도 돼'를 들려주고 싶다"

Q. 코러스도 직접 부르는 이유는?

조용필 "전에 코러스 잘하는 친구와 같이 작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역시 (목소리가) 섞이는 것보다 본인이 하는 게 낫더라. 80년 대부터 내 노래는 99.9% 내가 다 한다. '고추잠자리', '못 찾겠다 꾀꼬리' 같은 곡도 내가 다 코러스를 했다. '고추잠자리'는 여자가수가 한 것으로 아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한 것이다"

조용필, 사진=이승훈 기자
조용필, 사진=이승훈 기자

Q. 수록곡 중에 '왜'라는 곡이 특히 인상 깊다.

조용필 "내가 이 곡만큼 연습을 오래한 곡이 없었다. 6개월을 연습했다. 대신에 가사가 다 다르게 해서 불렀다. 그 중에 가장 잘 맞는 가사를 골라 녹음을 했다. 창법이나 전달력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가장 많이 연습했다. 아마 이 곡을 콘서트에서 연주하면 관객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 연출이나 조명이 그렇다"

Q. 앨범 전체적으로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조용필 "아무래도 곡을 쓰다 보니까 노래가 다 끝났어도 좀 웅장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전자음악으로는 좀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에 녹음까지 다 마친 곡을 앨범에서 뺐다. 지금도 너무 아쉬운 곡이긴 하다"

Q. 수록곡 중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상하게 하는 '세렝게티처럼'도 눈에 띈다.

조용필 "1999년에 탄자니아 초청으로 실제 세렝게티에 갔다온 적이 있다. 그때 킬리만자로도 직접 올랐는데, 하이에나는 세렝게티에서 봤다. 그때본 풍경을 떠올리면서 가사를 썼다. 세렝게티가 '대평원'이라는 뜻이더라"

Q. '왜'라는 곡이 독특하면서도 인상 깊다.

조용필 "곡을 연습하다 보면 이 곡이 나에게 어울릴지 안 맞는지 결정이 된다. 스마트폰으로도 녹음해서 들어보고 작은 스피커, 큰 스피커로 계속 들어봐서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가사를 연습하고 시도해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Q..음악을 지금까지 이어온 동기는 무엇인가?

조용필 "나는 가수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장르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여전히 창법이라든지 발성이라든지 굉장히 연구하고 연습한다. '저 가수는 저렇게 했는데, 나는 될까?'하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시험해 본다. 그게 또 재미있다. 이게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 된 내 동기다"

"음악은 표현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대중음악은) 대중의 마음의 표현이다. 가사와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옛날에는 그런 것을 잘 몰랐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것을 디테일하게 만들려 한다"

Q,. '그래도 돼'는 이 시대에 던지는 응원가같다.

조용필 "우리의 마음을 북돋아주는, 희망을 주는 그런 음악이 있지 않나. 그것의 연장선 같다. 내가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기때문에 나도 줘야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 지금 힘들다고 계속 안하면 결국 못한다. 힘들어도 해야 한다. 나의 평상시 마음은 그렇다"

Q. 사운드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다.

조용필 "그렇다.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인다. 음색과 여러가지에 신경을 써서 마음에 들어야 시작을 한다. 일례로 '단발머리'가 80년에 나왔는데, 내가 세운상가에 가서 직접 전자드럼을 사오고 연주를 했다. 아마 그룹 출신이라서 어려서부터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Q. 목소리가 예전과 달라졌나?

조용필 "소리가 옛날 조용필은 아니다. 지금 내 상태에 맞게끔 할 필요가 있다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떤 노래는 흉내내고 싶은 곡도 많다. 그런데 나는 그런 창법이 안 된다. 내 음악의 둘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흉내를 내고 싶어서 그 노래를 듣고 많이 연습도 해 본다. 우리가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유튜브 통해서 좋은 가수가 많이 나온다. 노래를 좀 더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연습을 통해서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조용필, 사진=이승훈 기자
조용필, 사진=이승훈 기자

Q. 조용필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조용필 "내가 음악밖에 모르는 것은 맞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집과 스튜디오만 다녔는데, 그때는 다들 '팬데믹이니까'라고 이해를 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고도 나는 계속 똑같았다. 음악 작업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내가 음악외에 다른 것을 잘 모른다. 음악은 한 마디로 나에게 도전이다. (음악적으로) 해보고 싶은 욕망이 너무 많다. 결국 다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다"

Q. 마무리 인사를 부탁한다.

조용필 "내 앨범에 많은 관심 가져 줘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 다음 곡이 어떤 곡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하고 싶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그만두겠다. 그때까지 잘 부탁한다. 감사하다"

한편 '20'에는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찰나', 'Timing(타이밍)', '세렝게티처럼', '왜', 'Feeling Of You(필링 오브 유)', '라'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모던락 장르 위에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로 조금 늦어도 좋다,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는 내용을 담았다. 22일 오후 6시 발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