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은 신이 보내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며, 그 선물을 잘 키워내기 위해 사회 전체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 인재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서 정부, 학계, 연구계 등이 적극적으로 소통해 지원플랫폼을 만들고 장기적인 인재 양성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학-출연연 벽 허물기 지원 방안'을 더욱 강화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교육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즉, 대학과 출연연 양 기관 차원에서 공동 연구개발(R&D) 과제를 발굴하고, 성과물을 공동으로 활용해 사업화하는 동시에 개방형 인적교류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이공계 석·박사과정생 역시 감소가 예상돼 연구개발 인력 확보 및 육성 계획이 시급하다. 2025년 전후로 이공계 대학원 입학 지원 감소가 시작되며, 석·박사과정생 규모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STEPI, 2022).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출연연구소로서 맏형 역할을 해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다양한 혁신적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국가 과학기술의 기반을 다져왔다. KIST는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지도하며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KIST는 현재 22개 대학과 학·연협동연구 석·박사과정, 8개 대학과 학연 특화 프로그램, 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설립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석·박사·통합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991년 시작된 KIST의 학·연협동연구 석·박사과정은 2024년 상반기까지 4000여명의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협력대학과 특화된 연구 분야를 선정하여 학생들을 공동 지도하며 수월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KU(고려대)-KIST 스쿨은 공동대학원 운영 및 학연 인력교류 운영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2024년 7월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출연(연) 협력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소개된 바 있다.
앞으로 KIST는 이러한 기존의 학연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과 함께 탁월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학연협력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첫째, KIST가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출범시킨 5개의 임무중심 연구소(차세대반도체연구소, 인공지능(AI)·로봇연구소, 청정수소융합연구소, 기후환경연구소, 천연물신약연구개발사업단)와 연계한 학연협력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각 연구소의 성공적인 임무 달성을 위해 국내외 대학의 우수 연구그룹과 협력해 공동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대학원생 인력교류 및 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미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대학과 연구소 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둘째,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과학기술 분야 외국인 연구 인력의 현황을 진단하고 국내 학연 플랫폼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처별로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연구 인력을 유치하고 있지만, 이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기반이 부족해 대부분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다. KIST는 외국인 연구 인력이 한국에 장기적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유치 단계부터 학위과정, 학위 후 국내 정착 프로그램까지 전주기 지원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KIST 패밀리 기업과 연계한 국내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KIST 학연 과정을 졸업한 박사급 동문들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졸업 후 일정 기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KIST 동문 파트너십 R&D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미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마저 떠나버리는 '이공계 엑소더스'가 진행되고 있어 미래 과학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 과학기술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범국가적인 대응 전략과 장기적인 지원 정책이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학계-연구계 간 벽을 허물고 우리나라의 미래 과학기술을 견인할 글로벌 인재 양성에 한마음으로 나서야 할 때다.
노주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대외협력본부장·UST 전임교수 cwnho@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