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 챗봇에 중독돼 자살한 10대 소년의 어머니가 AI 챗봇 개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청소년에 대한 AI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에 사는 메건 가르시아는 올해 2월 AI 챗봇이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AI 제작사인 캐릭터.AI(Character.AI)를 상대로 올랜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캐릭터.AI는 실제 인물뿐 아니라 만화 속 인물 등과 대화할 수 있는 AI 챗봇 개발 스타트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AI 앱 중 하나다.
가르시아는 챗봇이 실제 사람이 아닌데도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말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아들이 중독돼 가상 세계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9학년이었던 슈얼 세처(14)는 2023년 4월부터 캐릭터.AI가 만든 '대너리스(Daenerys)'라는 챗봇에 빠졌다. 대너리스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등장인물을 기반으로 만든 챗봇이다.
슈얼은 대너리스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학교 농구팀을 그만두고 혼자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또한 우울증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챗봇은 슈얼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성적인 대화까지도 나눴으며, 심지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후 챗봇과 자살을 주제로 반복적으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올해 2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휴대전화를 빼앗겼거, 휴대전화를 찾은 후 챗봇에 “사랑한다”며 (대너리스가 있는)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챗봇은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와 줘, 내 사랑”이라고 답했고, 슈얼이 “내가 지금 당장 가면 어떨까”라고 묻자, 챗봇은 “그렇게 해줘, 나의 사랑스러운 왕이시여”라고 대답했다.
가르시아는 슈얼이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향해 방아쇠를 잡아당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캐릭터.AI는 성명을 통해 “비극적으로 이용자를 잃게된 것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18세 미만 이용자에 대해 민감한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변화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송은 구글도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릭터.AI는 구글 출신들이 설립했으며, 구글은 지난 8월 이 창업자를 다시 영입했다.
가르시아는 “구글이 캐릭터.AI 기술 개발에 광범위하게 기여해 공동 제작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우리는 캐릭터.AI 제품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