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42〉국가경쟁력은 기업혁신의 핵심인프라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국가의 성공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연구를 보자. 유라시아대륙은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 인종의 우수함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날씨가 좋았다. 밀, 보리, 쌀 등 작물화가 쉬운 식물이 풍부했다. 소, 말, 양, 염소 등 가축화가 쉬운 동물도 많았다. 농업이 발달하자 정착생활을 했다. 농산물이 늘면서 생업 외에 다른 일을 할 기회가 생겼다. 강력한 농기구, 무기,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농경의 기획, 수확, 분배 등 권리의무를 정하고 후손에게 노하우를 상속하려고 문자를 만들었다. 기술, 정보, 문화 등 축적과 성장이 가능했다. 대륙의 가로축을 중심으로 마차 등 운송수단과 도로를 만들어 교류했고 문명을 전파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미 대륙은 반대였다. 날씨가 덥고 습했다. 가축화, 작물화가 쉬운 동식물이 적었다. 대륙은 가로축이 짧고 세로축은 기후변화가 심해 이동하기 어려웠다. 지리적 환경과 위치가 국가의 경쟁력과 빈부를 결정짓는 시대였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그림작가 이소연 作

유라시아대륙에선 중세를 넘어서며 유럽이 아시아보다 더 발전했다. 종교와 상공업이 역할을 했다. 국가는 나뉘었지만 교황을 중심으로 뭉쳤는데 교회가 부패하기 시작했다. 십자군전쟁을 일으켜 이슬람제국과 싸우면서 동방으로 가는 지중해 교역로가 막혔다. 루터, 칼뱅은 교회와 귀족을 비판했고 상공업계층의 지지를 받았다. 무역활로를 찾고 해외선교를 위해 대서양 항로를 개발하고 식민지 개척에 나섰다. 반면에 이슬람제국은 중국 등 교역에 만족했고 해외선교에 소극적이었다. 중국은 신앙보다 왕권이 강했다. 농업을 중시해 백성의 이동을 원하지 않았다. 상공업에 관심이 없었다. 아시아 국가의 성장이 느려진 이유가 됐다.

유럽에선 증기기관 발명을 필두로 산업화가 진행됐고 농민, 노동자 권익이 악화됐다. 공산주의는 농민이 많은 러시아에서 나와 동유럽, 중국을 석권했다. 미국이 자본주의를, 소련이 공산주의를 대표하면서 국방기술을 경쟁적으로 발전시켰다. 미국은 국방기술을 민간산업에 이전해 경제를 발전시켰다. 소련은 민간산업이 약해 그러지 못했고 경제악화로 해체됐다. 최강국 미국은 첨단, 설계 등 분야에 집중하고 생산, 유통 분야는 중국, 인도 등 국가에 이전했다. 현재는 경기침체로 국가이기주의를 앞세워 세계가 갈등, 분쟁에 휩싸인 과도기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오늘날 세상에선 어떤 국가가 성공할까. 마이클 포터 교수는 국가경쟁우위를 내세운다. 국가는 첨단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역량강화, 기술개발, 인프라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반독점, 안전, 보건, 환경 등 법령을 엄격하게 정비하고 깐깐한 소비자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그래야 수준높은 산업과 품질좋은 상품이 나온다. 정부는 민간과 경쟁을 하지 말고 중개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분야별 전문 기업, 인력, 기관이 모이고 연결된 산업생태계와 크러스트 구축이 중요하다. 치열한 국내경쟁을 거쳐 세계무대로 나가게 해야 한다. 인수합병으로 소유권을 집중하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자본주도 단계를 넘어 아이디어로 신규산업을 창출하는 혁신주도 단계로 가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경쟁력이고 품격이다.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2024년 노벨경제학상)는 국가의 성공조건으로 '포용적 제도'를 꼽는다. 소수 정치경제 엘리트가 권력, 부를 독점하는 착취적 제도에선 국민이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 시민의 감시, 견제가 중요하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교육, 취업 등 기회를 높이며 사적 소유를 인정받고 창의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가발전 혜택이 골고루 국민에게 돌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시대에 민간 교육수준이 낮았기에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추구했고 성공했다. 지금은 국민역량이 높은 민주화 시대다. 국민을 중심에 둔 포용적 제도로 국가를 혁신해 경제인프라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경쟁력은 기업혁신의 필수조건이자 핵심요소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