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의 주역, 민주화·산업화 세대의 노후는 왜 불안한가?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前 국회부의장 특보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前 국회부의장 특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성장은 수많은 아버지의 고통과 어머니의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6·25 전쟁,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을 겪어낸 이들은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무역국으로 성장시키며

K콘텐츠 강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오늘날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노후에 빈곤과 고립 속에서 불안한 삶을 맞고 있다. 한강의 주역이 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훈장을 받아야 하는가?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압도적 1위다. 국가 경제를 이끌었던 이들이 은퇴 후 빈곤과 외로움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이제 이 문제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국가와 정치권이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 과제다.

최근, 나는 90세를 앞둔 독거노인인 아버지와 뉴스를 보았다.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 기계'를 이용해 생을 마감한 미국인의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이 소식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은 노인 자살 문제에서 과연 안전한가? 미래에는 스위스산보다 더 강력한 한국산 '조력 자살 기계'가 TV 홈쇼핑에서 '히트상품'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까지 해본다.

한국은 자살률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에서도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령화와 청년 실업, 노인 빈곤이 오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지만,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사법 리스크와 특검법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작 자살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책은 부재하다. 야당은 자살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센터 구축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여당은 '필요한 치료 연계'가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범부서적 협업 체계가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여전히 국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행복지수가 1위인 핀란드는 보건, 경찰, 교육, 지역사회 등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자살률을 50% 이하로 낮췄다. 일본도 경찰청과 후생노동성이 관련 자료를 긴밀히 공유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정신건강 전문 인력을 늘리고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로움 담당 차관'을 두었다. 한국도 자살 예방을 위한 강력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살 원인 중 하나로 정신 질환과 외로움을 지적한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경제적 안정은 노인층 자살 예방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노인 일자리는 단순 노동이나 생계형 지원 사업에 국한되어 있어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년 세대조차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20대 청년이 미래의 노인이 될 것을 생각해 보자. 청년 취업자 340만 명 중 43%가 비정규직이다. 채용 후 2년을 보장받기 어려운' 불안한 삶' 에 놓여 있다. 취업 준비생은 80만 명, 구직 포기자는 36만 명에 이른다.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은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 여성, 노인까지 사회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책임 있는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13년째 OECD 노인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인 한국에서 독거노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65세 이상 가구 중 약 37.8%가 독거 가구이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들이 고립 속에서 자살로 내몰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일본과 영국은 고독 문제 해결을 위해 '고독고립대책 부서'나 '외로움 담당 차관'을 두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한국도 고독사와 자살 예방을 위한 전문 조직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정신건강 관련 예산을 비교해 보면 OECD 평균인 5%에 비해 한국은 2% 수준으로 부족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자살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2024년 국정감사는 1998년 이후 매년 국감을 평가해 온 한 '모니터단'으로부터 낙제 수준인 '평점 D-'를 받았다. 이번 국회 상임위별 감사 기능은 상실됐고, 여야는 김건희 여사 의혹, 이 대표 수사·재판을 둘러싸고 구태의연한 싸움질에 매몰되어 실질적인 국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민생협의체는 사법 리스크와 특검법에 밀려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현재 한국은 자살률, 저출산율, 노인 빈곤율, 청년 실업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서 '불행 지표'를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된 노후와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이다. 내일을 알 수 없는 90세를 앞둔 나의 아버지가 스위스의 '조력 자살 기계 뉴스'를 본 뒤 TV를 꺼버리는 모습을 보고 부자 간의 대화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30년 후 나에게도 다가올 노인 세대의 불안한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정치권이 방치한 대한민국의 오랜 숙제가 이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쟁 국회'가 아닌 '정책 국회'로 내일부터 전환해야 한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끈 노인 세대가 존중받고,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깊이 각성하고 서민 경제 , 민생에 손을 잡고 밤새도록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前 국회부의장 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