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치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무선 충전기를 대규모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충전하는 제품을 주문 받은 것으로, 하반기 수주 규모가 35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 수주까지 더할 경우 올해 9000억원을 넘어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비에이치(BH)그룹 자회사인 비에이치이브이에스(이하 BH EVS)는 올 하반기 복수의 유럽 완성차 업체로부터 3500억원 규모 무선 충전기를 수주했다. 주문을 낸 완성차 업체는 글로벌 톱3에 해당하는 곳으로 알려졌으며, 3년 이상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WMDC(Wireless Mobile Device Charger)'라고도 불리는 이 차량용 충전기는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과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무선충전 기능을 채택하면서, 자동차 회사들도 차량 내 편의성 강화를 위해 무선충전기를 적용하고 있다. 과거 일부 차종에 한정적으로 탑재됐지만 최근에는 적용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BH EVS는 차량용 무선충전에 특화된 기업이다. LG전자 전장 사업부에서 추진하던 무선충전사업을 2022년 BH가 인수했다. OLED용 기판을 공급하며 성장한 BH는 모바일 중심의 사업을 자동차로 확대하기 위해 1350억원을 투자, 자회사로 만들었다. LG전자 전장 사업부 때부터 자동차 시장을 공략해와 GM, 포드, 르노, 랜드로버,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가 10여 곳이 넘는다.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선충전기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회사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BH EVS는 올해 상반기 5500억원 규모 계약도 신규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와 하반기 수주 계약을 더하면 회사는 올해만 9000억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BH EVS 관계자는 “수주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고객사 관련 내용과 금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BH EVS는 북미 전기차 업체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북미 전기차 업체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판단해서다. 현재 북미 전기차 업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뿐만 아니라 무선충전과 같은 전장 부품도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추세다보니 진입 가능성이 열렸다.
BH는 주로 애플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용 기판(FPCB)을 공급해왔는데, 모바일에서 전장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모회사인 BH도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에 탑재되는 기판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BH EVS의 수주 확대까지 더해져, 올해 전체 예상 매출액 1조8000억원 가운데 25% 수준인 4000억원 중반대를 전장 사업 부문에서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에서 전장 부문이 20%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성장이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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