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에 나선다. 자본시장 내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양의 시세 데이터 등 기초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향후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내년 1월부터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수립을 위한 컨설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9월까지 도출된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최종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거래소가 보유한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게 목표다. 현재 거래소가 판매하고 있는 시계열 데이터의 판매량 증대는 물론 향후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시세 데이터 고도화부터 비정형데이터 활용, 이종데이터 결합상품 개발 등 미래 사업화가 가능한 수익 아이템을 발굴한다.
먼저 거래소가 보유한 데이터 현황 전수 조사를 통해 업무 단위별 데이터 관계도와 흐름도를 파악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거래소가 보유한 데이터는 상장공시·지수 등 데이터 테이블만도 2000여개에 이른다. 컬럼 기준으로는 4만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방대하다. 거래소가 보유한 데이터 전반의 표준을 설계하는 동시에 데이터 항목별로 각 부서에 데이터 오너십을 부여하는 등 대대적인 분석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데이터위원회나 실무조직 등 거래소 내 필요한 데이터 거버넌스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거래소가 이처럼 뒤늦게 데이터 관련 정책 정비에 나선 이유는 내년 대체거래소(ATS) 출범으로 자본시장에도 경쟁 체제가 시작되는데 따른 조치다. 이번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도 지난 9월 새로 설치된 미래사업본부에서 신사업 발굴을 위해 추진되는 과제다. 특히 데이터 수익원 발굴은 인덱스 사업과 함께 미래사업본부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거래소 관계자는 “데이터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급변하는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대응하고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그간 거래소는 수십년간 독점적 지위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두고도 데이터를 가공·분석 등 활용하는 수준은 극히 미미했다”면서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AI 학습에 대한 수요도 생기고 있는 만큼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거래소 뿐 아니라 모든 업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